[기획] 부동산 전문가 “규제 완화는 필요, 졸속은 안 돼”
“시장에 활성화 시그널 위해선 규제 완화 필요” “다만 정책 형평성과 연계성을 꼼꼼히 따져야”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정부가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자 정치권에서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선심성 정책이 아닌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 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오는 22일과 29일 그리고 12월 6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노후신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모두 현정부 핵심 부동산 정책들이자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도 포함돼 있지만, 지난 5월 소위 상정을 끝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연내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 230일 후인 2024년 6월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법안 폐기 전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고금리와 가계 대출 우려가 이어지자 규제 완화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장엔 의도와 반대되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수요자들의 갈아타기도 어렵지만 미분양도 늘어 건설사들의 자금줄이 더 막힐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고금리와 전쟁 등 영향으로 눈에 띄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시장에 활성화를 위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선 적절한 타이밍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년 총선을 위한 표심 잡기용 정책으로 급하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내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된 상황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1기 신도시 특별법에도 여전히 남은 변수가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요구했다. 지난 3월 발의된 1기 신도시 특별법은 20년이 넘는 100만㎡ 이상 택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200% 안팎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는 방안이 핵심이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나는 세대수를 수용할 도시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용적률 상향으로 도로와 주차장 등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보하지 않으면 주거의 질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용적률이 상승해 가구 수가 기존보다 늘어나면 주거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일반주거지역에서 용적률 500%를 적용할 경우 동간 거리가 짧아져 일조권 침해와 조망권 확보가 어렵고,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가되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성공하려면 사전에 이주 대책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거주자가 이주하게 되면 인근 지역 부동산 전세와 매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정비사업을 하려면 먼저 도시 재정비나 신도시를 마련해서 이주민을 받아낼 여력을 확보하고 교통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규제 완화책이 앞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규제 완화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각 규제의 연계성을 고려한 충분한 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