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아시아나 화물본부 매각 향배는?
LX 포기, 동원·하림 2파전 전망…산은, 배임 우려 적정 원매자 찾을 가능성도 국내 LCC들, '배보다 배꼽 더 큰' 거래 참여 의문…에어프레미아, 지속적 관심
2024-11-19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HMM과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이 본 궤도에 오른 가운데 몸값이 높아 마땅한 인수 후보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업과 항공 화물 시장 모두 시황이 좋지 않고, 입찰 참여를 희망했던 기업의 불참 가능성도 점쳐져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오는 23일 LX·동원·하림그룹 등을 대상으로 HMM 본입찰을 진행해 인수·합병(M&A) 우선 협상 대상자를 추려낼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자로 나선 이 기업들은 지난 9월부터 이달초까지 HMM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HMM 인수전은 사실상 동원-하림 간 2파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해 해운 시황의 수익성이 급전직하 한데다, HMM 경영권 인수에 들어갈 자금이 예상치 대비 한참이나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동원로엑스·동원홈푸드 등 3개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기업 공개(IPO)를 추진해 HMM 인수 자금을 모은다는 계획이고, 하림그룹은 보유 중인 각종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해 인수 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각자 사정에 맞춰 HMM 인수전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정작 주인인 산업은행이 매각 자체를 중단할 공산도 존재한다.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적정 인수 금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모아오지 못했거나 인수 후 산은이 들고 있는 영구채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인수 희망자 측이 입찰을 포기할 수도 있어서다. 1조원 상당인 영구 전환 사채(CB)와 2억주에 달하는 영구 신주 인수권부 사채(BW) 등을 모두 합치면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률은 57.88%다.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시가 총액이 10조6800억원임을 감안하면 6조1815억원에 상당하는 규모다. 따라서 동원그룹이나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위해서는 이보다 같거나 더욱 높은 금액을 써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는 1조6800억원 수준의 영구채가 포함되지 않았고, 이는 해결 방안이 불투명해 유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일반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3배 넘는 수익이 예상돼 산은이 배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경우 HMM을 최종적으로 품은 기업의 지분율이 30%대로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제반 업계에서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이 최소 6조원에서 7조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본다. HMM 현금성 자산을 통해 추가 영구채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길도 있었다. 하지만 '곳간 빼먹기'로 귀결된다는 지적에 산은은 이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혀 인수 희망 기업들은 이 같은 방안을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산은 경영진은 배임죄를 우려해 HMM을 적정가에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다른 대기업들과 회동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온다. 특히 포스코홀딩스는 내년 3월 중 최정우 회장을 필두로 한 이사진 상당수가 교체돼 HMM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도 거론된다. 현재까지 현대글로비스는 HMM에 관심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지만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 구조 개편을 고려하면 여전히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평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인수할 능력이 있는 후보 역시 딱히 보이지 않는다. 투자 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예비 입찰에 에어프레미아·에어인천 2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웨이항공은 인수 의향서(LOI)도 제출하지 않았고, 제주항공 역시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도 입찰에 참여했다고 했으나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걷는 마당에 급격한 체급 불리기가 가당키나 하느냐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유수의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항공 화물 시장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당장 득보다 실이 많아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의 자산은 보잉 747-400F 4대, 747-400 6대, 767-300F 1대 등 총 11대로, 5000억원에서 70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며, 이를 인수하려면 부채 1조원도 떠안아야 한다. 해당 기재들은 평균 기령이 20년을 넘어 신조 화물기나 중고기를 도입하려 해도 막대한 비용 지불은 불가피하다. 자신들의 몸값보다 더욱 높은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품는다면 이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형국과 같게 된다. 대형기인 787-9 드림라이너 기단을 운용 중인 에어프레미아는 꾸준히 관심을 표명해오고 있다. 관건은 최대 주주인 JC파트너스가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인수 비용을 마련해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금번 예비 입찰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화물본부 매각을 요구해 진행됐다고 한다. 내년 1분기 EU 집행위(EC) 승인이 나면 이후 매각 절차가 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