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명도소송, 부담스러우면 제소전화해 고려해야

2023-11-20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명도소송을 경험한 건물주들은 기나긴 법정공방 탓에 새로운 세입자와의 계약에서도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제소전화해 제도를 활용하면 명도 분쟁(건물을 돌려달라는 분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가 임대차에서 세입자가 위법을 저질렀음에도 나가지 않고 버티는 경우 명도소송을 통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이 대표적인 대응수단이다. 다만 소송에 필요한 비용과 판결이 나올 때까지의 기간이 길어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나서도 건물주의 마음고생이 계속된다. 만약 추후 벌어질 수 있는 명도소송에 부담을 느낀다면 제소전화해 제도를 이용해 문제를 대비할 수 있다.

제소전화해란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한다는 뜻으로 법원에서 성립 결정을 받는 제도다. 화해조서가 성립되면 강제집행 효력을 가진다. 지난 10년간 임대차 관련 제소전화해 전화문의만 3200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도소송은 법적 분쟁 가운데 시간과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명도소송 전 계약해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세입자가 이에 불응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문제는 명도소송에 돌입한 후에도 판결문이 나오기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하고 세입자가 판결에 불복해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진다면 시간이 더 지체되기도 한다. 반면 제소전화해는 성립 당시부터 판결문과 같은 집행권원이기 때문에 소송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제소전화해는 상가 임대차에서 주로 계약 초기부터 맺는 경우가 많다. 계약 초 몇 개월의 시간만 투자한다면 추후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제소전화해는 명도소송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물주의 경제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계약해지에도 나가지 않는 세입자는 대부분 임대료를 계속해서 연체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명도소송 중에도 연체가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제소전화해는 강제집행을 바로 신청할 수 있기에 임대료 연체에 대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불법 세입자 가운데는 명도소송으로 시간을 벌면서 장사를 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제소전화해가 성립된 관계에서는 세입자가 시간을 끌면서 얻는 이득이 적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는 사례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