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래 성장동력 中企 R&D 예산 감축 관건
정치권, R&D 증액 개선안 남발… 中企에 실효성 부족 中企, R&D 역량 부족으로 사업 독립성 잃어
2024-11-20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 삭감을 놓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도 R&D 예산안을 감축해 업계에서 불만이 나오자 여야 정당 모두 내년도 R&D 예산안을 상향할 방침을 내놨다. 다만 두 정당의 대책 모두 해당 예산이 절실한 중소기업의 실정과는 맞지 않아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내년 R&D 분야 예산은 25조9152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31조778억원과 비교하면 5조1626억원(16.6%) 줄어들었다. 그중 중소기업과 관련된 예산 항목은 더 크게 줄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도 중기부 R&D 예산은 1조7700억5600만원에서 25% 삭감된 1조3207억9000만원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R&D 11건은 전액 삭감됐고 소재·부품·장비 R&D도 84%인 1586억원이 삭감됐다. R&D 지원 축소는 중소기업의 자립성을 저해시키고 대기업의 하도급으로만 남게 해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만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제 제조업 분야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보유 기술 격차가 크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분야 특허는 전년 동기대비 881건이 증가한 6580건이 출원됐다. 그중 대기업이 3209건을 출원했는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합친 출원은 4분의 1 수준인 848건이다. 자체 기술이 없어 독립 사업을 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제조 하청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하도급기업 비중은 45.6%이다. 대기업이 부진하면 하도급도 침체되는 만큼, 중소기업의 자립을 위해서라도 R&D 예산이 늘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도 R&D 예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책을 내밀어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3일 중소기업 R&D 비용을 일부 증액하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4일 내년도 R&D 예산안을 정부안보다 8000억원 늘리는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그러나 각 정당의 예산 개편안은 총선을 앞두고 표밭을 의식한 성격이 강한 만큼, 이미 정쟁으로 번지며 업계의 어려움은 뒷전이 된 모양새다.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활동이 2주 차로 접어들었지만 그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과기부, 방통위 등의 예산안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정부의 새 예산안에는 구체적인 지원 분야와 액수가 명시되지 않은 데다가, 그마저도 비메모리반도체 등 과학 분야에 편중돼 있어 형평성 논란으로 야당의 질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이 증액을 약속한 분야는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와 4대 과학기술원 학생 인건비 항목 등이다. 그런데 첨단바이오글로벌 역량 강화 등 예산은 오히려 감액해 여당이 비판에 나섰다. 지원 대상이 특정 분야에 치우쳐 중소기업계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교의 중소 게임 제작사 관계자는 "지원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야의 어떤 기업이 받는지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국비를 지원 받아 만든 결과물들이 이미 공개돼 있는데, 일부는 처참한 완성도로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지원 선정 배경부터 액수까지 전방위적인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