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이는 은행들...'깡통대출' 급증

4대 은행 무수익여신 잔액 3조원 육박 올해 27.3% 증가...경기침체·고금리 영향 기업대출 더 심각…"내년 상반기가 고비"

2024-11-20     이광표 기자
경기침체와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고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최종 부도 처리되거나 파산·청산 절차에 돌입한 기업들의 '깡통 대출'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8988억원으로 2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여신이 1295조7838억원에서 1334조2666억원으로 3.0%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이에 따라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18%에서 0.22%로 높아졌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여신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하며,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한다. 무수익여신은 기업대출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일부 은행은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의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이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로 늘어난 것과 대비하면 더 가파른 증가세다.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의 파산과 부도 절차를 밟는 사례도 속절없이 늘어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올해 3분기 기준 1213건에 달해 작년 동기(738건)보다 64.4%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3202억원보다 무려 214.9% 급증했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의 부도가 지난해 1∼10월보다 올해 같은 기간 약 40% 증가해 주요 1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무수익여신이 급증하는 등 건전성에 경고음이 켜지면서 대손충당금을 꾸준히 늘리고 대출문턱을 높이는 등 부실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부실 대출 규모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대출 만기와 상환 압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