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느는데...상생압박에 난감한 은행권

은행들 "소상공인 지원하며 부채 감축 어려워"

2024-11-20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연일 때리며 ‘상생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대출 금리 압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확대와 금리 인하 등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게 당국의 입장인데 당초 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던 기조와 상충된다는 점도 은행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정책이 가계대출 관리 정책과 상충하면서 되레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간 영역에 있는 은행을 동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대출시장 전체를 혼란스럽게 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대출 규모 증가 막기 위해선 금리 문턱을 높여야 하는데 소상공인·서민층 지원을 위한 금리를 낮추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볼멘소리가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와 ‘정책 엇박자’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전 금융권 대출 규모가 큰 폭 증가한 데다,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금융당국은 이날 “가계대출 규모가 이전보다 잘 관리되고 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10월 한달만에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소상공인 지원 강화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 정책 엇박자 논란에 대해 금융위는 “취약계층에 꼭 필요한 자금 지원을 하더라도 가계부채 총량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금리 왜곡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 과정에서 묘하게 엇갈리는 정책들이 차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부채를 모두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올 초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했을 때, 정부가 서민 보호 명분으로 시중금리를 통제해 가계부채 잡기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부채 위에 새로운 부채가 얹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으로만 우대금리 등을 추가로 제시할 경우,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신용도가 높은 사람보다 금리가 더 좋아지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어려워진 차주를 지원하는 방향성은 맞지만, 지원책 제공 대상이 ‘정부’가 아닌 ‘은행’이 되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정부 입장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지원 과정에서 민간 영역에 있는 은행을 과도하게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