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명품 잠수함 기술력'으로 캐나다 뚫는다

파견 직원들, 독일 HDW 조선소서 밤낮 없이 공부 시흥 R&D 캠퍼스, 잠수함 생존성 제고 연구 진행

2024-11-20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제 안보 정세 불안정 등으로 글로벌 무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화오션이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신규 도입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유럽 기술을 배워온 덕분에 세계 각국으로의 수출까지 노릴 수 있게 돼 '청출어람'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된 딥 블루 포럼 2023'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화오션은 캐나다 왕립 해군의 신조 잠수함 도입 사업에 협력하고자 현지 4개 회사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은 경남 거제시 아주동 소재 한화오션 조선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할 경우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까지 총 60조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가 기대된다. 캐나다 해군이 관심을 갖는 도산 안창호급은 3000톤(t)급 국산 잠수함으로, 수중 최대 속력은 20kts(37km/h)에 달한다. 잠항 가능 기간은 약 2주일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명품' 잠수함을 만들어내기까지 한화오션이 걸어온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1987년 대우조선해양이던 시절, 회사는 150여명의 직원들을 독일 HDW 조선소로 파견했다. HDW는 2차 대전 당시 '우 보트(U-Boot)'를 건조해 나치 독일 해군 전력의 한 축으로 작용했던 만큼 세계 최고의 잠수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전에 계획된 교육 일정과 극도의 보안성을 요한다는 이유로 잠수함은 특정 시간대에만 구경할 수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파견 직원들은 이를 십분 활용했고, 일지 작성 시 세밀한 부분까지 기록했다는 전언이다. 귀국 후 독자 기술로 국산 잠수함 건조를 할 수 있도록 6개월 간 공부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정시 퇴근 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는 1992년 경남 거제 옥포 조선소에서 만든 '이천함'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에 3척을 수출해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특히 과거 잠수함 기술을 전수해준 HDW와의 경쟁에서 이겨 '청출어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8년에는 순수 국산 기술로만 만든 도산 안창호함(장보고 Ⅲ 배치-Ⅰ)을 진수해 세계 8번째로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 개발에 성공했다. 잠수함은 문자 그대로 수중 잠항 능력을 요하는 함정인 만큼 그 기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작전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 시흥 연구·개발(R&D) 캠퍼스 측은 차세대 함정 추진 시스템과 친환경 선박용 동력 시스템 연구 개발을 위한 육상 시험 설비 'LBTS(Land Based Test Site)'를 세워 연료 전지와 수소 생산 시스템 실증 기반 시설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욕조 1만개분의 용량인 3100톤 규모의 수돗물을 채운 '음향 수조'에서는 크레인에 묶인 모형 배를 띄워 진동을 일으켜 생존성을 제고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등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은 2021년 8월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장보고 Ⅲ 배치-Ⅱ 건조 사업을 따냈다. 이는 공기 불요 추진 장치(AIP)와 리튬 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추진 체계가 적용된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형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기존 도산 안창호급보다 배수량 등 각종 제원이 개선됐다.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초도함은 2026년 해군에 인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