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검은돈, 'SKT 유입 내막'

권영세 의원 “금감원 알면서도 묵인”의혹

2006-09-30     권민경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의 국제금융 조직인 BFC를 통해 빼돌린 450억원의 자금이 국내에 유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지난 9월 26일 금융감독위원회ㆍ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김 전 회장이 횡령액 1천140억 원 중 대검 중수부가 용처를 밝히지 못한 자금 450억원을 재미교포 조풍언씨와의 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여와 SK텔레콤 주식 매입에 64억원, 삼풍빌딩 매입에 385억6천만 원을 썼다”고 주장했다.권 의원에 따르면 (주)대우의 국제금융조직인 BFC는 지난 99년 6월23일과 24일 서인도제도에 있는 ‘글렌데일리미티드’라는 페이퍼 컴퍼니로 4천430만 달러의 자금을 송금했으며 ‘글렌데일리미티드’는 이 자금을 99년 6월24, 25일 조풍언씨가 91년 11월 인수한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 KMC에 송금했다. 이어 KMC는 송금받은 돈을 6월 29일 국내로 송금했고, 송금된 돈 가운데 2천430만 달러는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주를 취득하는 데, 나머지 2000만 달러는 대우통신의 전자교환기 사업인 'TDX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측의 반대로 이 계약이 파기되자 조 씨는 대우통신으로부터 현금 94억6000만 원을 받아냈다. 조 씨는 이 돈과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95만 주를 매각한 대금인 291억 원을 합친 385억6000만 원을 KMC 계좌를 통해 홍콩으로 유출했다고 권 의원은 주장했다. 홍콩으로 유출된 돈은 그 뒤 조씨가 홍콩에 설립한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인 '스몰 록 인베스트먼트'의 명의로 외환은행 등 국내 계좌로 송금돼 2001년 2월 삼일빌딩 인수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씨가 2001년 3월 산업은행과 수의계약을 통해 삼일빌딩을 502억원에 인수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당시 거래는 서인도제도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인 글렌데일리미티드를 이용해 송금한 것으로 입증할 만한 근거자료가 없어 검찰도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또 “KMC를 통해 국내와 홍콩으로 자금이 오갔으며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김 전 회장의 잔여재산은 총 3가지 55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이중 조씨가 KMC 명의로 구입한 대우정보시스템 185만주에 대해서는 이미 예보가 압류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검찰 수사발표에서는 KMC가 만든 자회사인 '통신네트웍스'가 보유 중인 SKT 주식 3만2011주(64억 원)"에 대한 것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것 역시 김 전 회장이 빼돌린 대우자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권 의원은 “2000년 당시 금감원은 BFC를 조사, 81년 5월부터 99년 8월까지 ㈜대우 명의의 37개 계좌를 통한 BFC의 자금조달ㆍ운용에 대해 파악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금감원이 김 전 회장과 조씨간 거래에 대해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이어 권 의원은 “2000년 4월 이후 조풍언의 계좌로 유출된 자금을 포함해 550억원 가량이 대우그룹의 자산으로 추정된다”며 “이 자금을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당시 자료가 단순 집계에 불과 했었다”며 “파악이 안됐었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윤 위원장의 대답에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금감위나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 검찰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냐 되냐”고 반문하면서 “정부기관의 안이한 태도 때문에 정부고위직이 김 회장의 해외도피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점은 검찰수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며 "관심을 갖고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