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 회귀" vs "준연동형 유지"…'신당 변수'에 복잡해진 선거제 개편

준연동형, '이준석·조국' 등 신당 성공 가능성 높여 민주는 고심…일각 "연동형 유지하고 위성정당 막아야"

2024-11-20     이태훈 기자
신당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선거제 개편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정치권이 비례대표 선출 방안을 놓고 교착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병립형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개편 방향에 따라 창당이 예고된 이준석·조국 신당의 파급력도 달라질 수 있어 여야 이해관계가 복잡해진 모습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원하고 있다. 병립형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분리해 비례대표를 독립적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정당에도 투표하는 것으로 지난 21대 총선 이전까지 유지된 제도다. 병립형은 지난 총선에서 큰 문제가 됐던 '비례 위성정당 꼼수'를 사전 차단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힘, 민주 거대 양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이용해 위성정당을 창당, 비례 의석을 거의 싹쓸이하며 군소정당의 국회 진입을 촉진한다는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민주당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당내에서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 의견이 갈린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세웠지만, 총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당내 이견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비례대표 선출 방식인 준연동형은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하여 배분(50%)하는 것으로, 총 비례 의석수 47석을 준연동형 30석과 병립형 17석으로 나눈다. 준연동형 의석은 산출식에 따라 다른 정당들과 나눠 가지게 되고, 병립형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한다. 준연동형 도입 취지를 살리고, 위성정당 출연을 방지하는 대책을 낼 수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군소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준연동형을 30석으로 제한해 둔 상한도 풀린다. 이는 곧 거대양당의 비례 의석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총선을 앞두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도 정치권 이해관계와 얽혀 있던 선거제 개편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더욱 복잡해졌다. 여당은 '이준석 신당'이, 야당은 '조국 신당'이 총선에서 가져올 파급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준석 전 대표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독자신당으로 원내에 진입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유의미한 의석수를 확보한다면 국민의힘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민주당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이 전통 지지층 이탈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병립형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조 전 장관의 등판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시 병립형 회귀를 통해 원천 차단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선 국민의힘은 이준석 신당의 파급효과를 최대한 막기 위해 병립형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선거법을 소수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으니 민주당에 병립형으로 가자고 계속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연동형으로 간다면 국민의힘과 이준석 신당에 비례대표를 흡수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국 신당은 민주당에 오히려 마이너스다. 지금은 병립형과 연동형 중 고민하고 있지만, 민주당도 막판에는 병립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 상황이다. 이탄희 의원 등 3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국민 앞에 재천명하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을 병립형으로 유혹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