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밀레이 당선에···아르헨, '급진 변화' 불가피
당선 직후 공기업·공영언론 민영화 계획 발표 후보 당시 급진 정책 공약···의회 반발에 '속도 조절' 가능성
2023-11-2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극우 계열로 분류되는 하비에르 밀레이(53·자유전진당)가 당선되면서 아르헨티나 국가 정책의 대격변이 예상된다. 밀레이 당선인이 파격적인 시장 중심 정책을 공언한 만큼, 급진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21일 복수 외신에 따르면 밀레이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자신이 약속한 시장경제 중심 정책을 빠르게 이행할 뜻을 피력했다. 그는 정책 추진 관련 첫 일성으로 공기업 매각 계획을 밝혔다. 밀레이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간 부문의 손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국영·공영기업은 민간으로 넘길 것"이라며 "국민에게 유익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기업을 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공영언론 매각 계획도 전했다. 그는 "우리는 공영방송이 선전 수단으로 쓰이며, 사회에 거짓말과 공포 캠페인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공영언론 민영화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 유세 때부터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지속 강조해 왔다. 그는 후보 시절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장기 매매 허용 등 매우 급진적인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급진 변화 의지는 당선 소감에서도 드러났다. 밀레이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가진 연설에서 "내 정부는 약속을 엄격히 준수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며 국가를 쇠퇴하게 만든 모델은 이제 끝났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점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며 급진적인 변화만이 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레이 당선인은 좌파 집권당의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여당 계열)뿐만 아니라 중도우파의 마크리스모(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운동)까지 기성정치인 모두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이다. 때문에 현재 아르헨티나 사회를 구성하는 정책 전반을 뒤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밀레이 당선인이 자유시장주의적 경제 공약을 실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의회는 여전히 페론주의 좌파 집권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을 통해 밀레이 당선인의 경제 정책과 관련한 분석을 내놨다. WSJ은 밀레이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향후 아르헨티나의 미래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면서도, 의회가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 경우 그가 바라는 경제 정책 실현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아르헨티나의 저명 정치분석가 에두아르도 피단사는 "밀레이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밀레이가 소속된 자유전진당과, 밀레이를 지지한 공화제안당 일부가 연합체를 이루어야 하며, 선거에 패배한 현 집권당 페론당 일부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때문에 밀레이 당선인이 정책 추진에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례로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강화하고, 중국과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명확한 친미반중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당선 확정 연설에서는 "우리는 모든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며 정책 수정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