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제 성장은 옛말… 유통街, 옥석 가리기 ‘심화’

10월 생산자물가지수 전년比 0.8%상승… 기업 생산 부담 증가 기업계, 경기 불확실성 주원인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지속' 지목

2023-11-21     이용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경기회복세가 더뎌지며 기업이 생산·서비스에 소모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내수 침체를 대비하기 위해 유통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59(2015년 100기준)이다. 전월 대비 0.1% 내렸지만,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하면 0.8% 올랐다. 생산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올해 8월(1.0%)부터 3개월 연속 반등했다. 해당 지수는 국내 기업이 다른 기업 및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 수준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올라갈수록 생산자가 제품 생산에 더 많은 비용을 쓴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주력 산업인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0.8%), 화학제품(0.3%)은 물론 기업 생산과 밀접한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3.7%) 등은 모두 올랐다. 운송서비스(0.5%), 음식점및숙박서비스(0.3%) 등도 올라 유통 업계 및 소상공인의 부담도 커졌다. 기업의 생산 부담은 소비자에게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7%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국내 기업들은 올해 경영 불확실성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 것은 글로벌 이슈에서 비롯된 경기 불안이라고 지목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물류학계‧업계 전문가 54인을 대상으로 ‘2023년 물류업계 10대 이슈’를 조사한 결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지속(72.2%)’이 물류업계 최대 관심사로 꼽혔다. 대한상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가 여전하고 미국-중국 무역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새로운 운송수단, 운송거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 전반에 부는 성장세 둔화의 바람은 내수 침체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국민들의 소비를 유도할 새로운 경영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소비자의 동향에 민감한 유통 업계는 올해 경제 침체 속 대대적인 투자를 통한 외형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더 이상의 점포 확장보다는, 기존 영업장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 전략을 세웠다. 국내 주요 마트들은 점포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높은 송출 수수료로 경영 부담이 커진 홈쇼핑업계의 경우 TV 의존도를 낮추고 모바일 기반 쇼핑으로 재편하고 있다. 오프라인 고객의 부재라는 같은 진통을 겪는 미국의 유통사들은 이미 물류 서비스를 대폭 개선해 기업 군살 줄이기에 나섰다. 월마트는 최근 몇 년간 주문 처리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종전의 12단계에 거친 주문 프로세스를 5개로 줄였다. 또 2026년까지 전체 매장의 65%를 자동화하겠다고 선언하며 매장 및 물류 운영 전반에서의 자동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현재 75만 대 이상의 이동식 로봇을 전 세계 물류창고에서 활용 중이다. 한해 50억 건의 주문 중 75%가 로봇에 의해 처리된다. 유통업의 자동화 물결엔 국내 편의점계가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무인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쿠팡도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 물류 기술을 바탕으로 선진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로봇 기반의 물류 자동화는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인간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앞으로 유통, 물류업계뿐 아니라 제조업에서의 재고 관리, 스마트 팩토리 내 제조라인 등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