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企 “근로시간제, 산업현장 현실 반영해야”

정부 주52시간 근무제 개편 방향 설정에 비판 여론 확대 유연근무제 주 총량 줄여 중소기업 납기일 우려까지 확산

2023-11-22     신승엽 기자
이성희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주52시간 근무제가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의 개편 방향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찬반여론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제도가 적용되는 만큼, 산업현장에서의 아쉬움도 커졌다. 정부가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지난 3월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하고 장기간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지만, 최대 주69시간 근무를 가능토록 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도 개선을 요구함에 따라 관련 조사가 이뤄졌다.  정부는 6~8월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일반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주52시간 근무제의 틀은 유지하는 동시에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업종‧직종에 한해 적용키로 결정했다.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단위를 ‘1주’에서 ‘월·분기·반기·연’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69시간까지 근무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대책을 찾았다. 개선될 근로시간제에서는 1주일에 최대로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을 ‘60시간’ 등으로 상한선을 설정했다.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일한 만큼 임금을 주지 않는 ‘공짜 야근’ 근절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정부가 경영계와 노동계의 중간점을 찾아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현장에서는 ‘반쪽짜리’ 개선책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며, 더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도 평택시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중국과의 거래가 재개되면서, 물량을 주52시간 내에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60시간으로는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 물량의 생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계도 제도 개선의 방향성을 비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업종·직종에 있어 수요가 적을지라도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한 기업은 대체방법이 없다”면서 “특히 수출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산업현장은 직원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찾는 실정”이라며 “경제가 노동공급 감소와 잠재성장률 0%대 추락을 앞둔 상황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합리적인 근로시간제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