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尹·文 애간장 녹이는 '부동산 청개구리'

2024-11-22     권한일 기자
권한일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애간장'은 인체 내 장기인 간(肝)과 장(腸)을 강조하는 말로 애(愛)타게 속을 태우거나 녹이듯이 걱정한다는 의미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좀처럼 빠지지 않는 부동산 가격 거품에 애간장이 녹았다면, 현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 하락과 지지율 저공비행으로 애간장이 타고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모습이다. 최근과 같은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는 단기간에 집값 거품을 빼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건설사 도산과 금융권 연쇄 부실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올 들어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평년 대비 반토막 수준에 그치고 있어, 향후 새 아파트 공급 부족과 기준 금리 하락이 본격화할 경우, 이르면 2~3년 후 집값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가 2027년 3월로 예정된 만큼 임기 막판까지 내다봐야 하는 현 정부 입장에선 여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부터 일관되게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완화 △상생임대인 지원 등에 나선 데 이어, 올해 초까지 △5년간 주택 270만호 공급 △투기과열·조정대상 지역 대거 해제 △다주택자 주담대 허용 △청약 추첨제 확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특례보금자리 대출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거래가 다시 늘고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를 탔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 빚이라는 짐을 떠안게 됐다. 여기에 지난달부터는 시중 대출 금리와 분양가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청약률이 떨어지고 주택 매수세도 급감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물론 자금줄인 금융권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더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불을 지핀 '메가 서울', '김포 서울 편입 추진'과 '1기 신도시 특별법' 등도 결국 부동산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화두들이다. 관련 업계에선 '인서울 김포 재조명', '1기 신도시 들썩' 등 자극적인 얘깃거리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각에선 부동산을 이용해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이자 '뜬구름 잡는 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꺼내 들고 있는 '부동산 살리기', '기대감 형성' 카드들을 보고 있으면 이전 문재인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불끄기' 정책과 묘한 기시감(旣視感)이 들곤 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 근절과 가계 부채 축소를 위해 수십 개의 관련 정책들을 쏟아 부었지만 임기 말미까지 집값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결과만 낳았다. 당시 분기당 한 번꼴로 발표된 대책들은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을 높이고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세계적인 초저금리와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은 줄곧 들썩였고 '패닉바잉', '영끌' 수요도 급증하면서 결국 부자와 서민 양쪽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는 건설·부동산 살리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고금리 기조와 유동성 감소로 국내 주택 시장은 활력을 잃고 있고, 꺼내 드는 대책을 둘러싼 역풍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거품 잡기에 열을 올리다 애간장이 다 녹은 전 정부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온 힘을 쏟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현 정부를 보고 있으면 결국 백약이 무의미하고 '금리(金利)'만이 결과를 쥐고 있지 않나 하는 허탈감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