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집에서 일하게 해 달라”…재택근무제, 새로운 갈등요소 등극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 중 절반 이상만 재택근무 유지 재택근무제 축소 과정에서 근로자 반대 잇따라

2023-11-2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엔데믹 이후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면서 노사 간 새로운 갈등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매출 50대 기업 중 절반만이 아직 재택근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펜데믹 시절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도입했지만, 현재는 임직원 간 소통과 관리가 어렵단 이유로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 31개사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58.1%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시점은 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4급으로 낮춘 지난 8월 23일 이후인 9월부터다. 그중 ‘재택근무를 시행한 적 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 기업’은 38.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루어진 코로나19 방역정책 완화에 따라 재택근무를 중단한 기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시행한 적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3.2%뿐이다. 경총은 팬데믹 시절인 2021년 매출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했는데, 당시 재택근무 시행 기업 비중은 91.5%였다. 이후 코로나19 관련 조치가 완화된 2022년에는 72.7%까지 하락했다. 매년 20%의 기업이 재택근무를 축소한 것이다. 기업들이 재택근무제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의 반대도 따르는 상황이다. 경총은 △강한 반대가 있었다는 응답은 10.0% △반대가 있었다는 응답은 46.7%라고 전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재택근무제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남양위원회가 강력 반발에 나섰다. 노조 측은 소식지를 통해 "지난해 1분기에 노사 협의를 통해 재택근무를 정식 제도화했다. 코로나 상황 종료 후에도 재택근무를 제도화하기로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제에 대해 기업계와 노동계 모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본래 재택근무 제도는 기업의 재량과 노사 간 협의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에 발표한 가이드를 살펴보면, 재택근무는 노사가 자율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며 법적 권리는 아니다. 이에 노조 남양위원회 측은 "노사협의회의 이전 결정은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만약 법정 싸움까지 갈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다른 기업의 동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 측은 재택근무 전면 중단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제약사 M사 관계자는 “전면 재택근무가 시행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비싼 임대료와 에너지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당장 직원 간 소통 부재와 늦은 피드백으로 인한 마이너스 요소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에,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