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여성 비하'…민주당, 잇따른 막말 논란에 '전전긍긍'
22일 최고위서 '암컷 발언' 최강욱 전 의원에 비상징계 일부 의원들 "당내 논란 대응 늦어…도덕적 기준 추락"
2024-11-22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설치는 암컷'이라는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강욱 전 의원에 대한 비상징계를 의결했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상 당 윤리심판원을 거치지 않은 '비상징계' 조치는 선거와 같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사유가 발생할 경우 가능하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이 내년 있을 총선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긴급한 조처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기강 해이나 발언 논란은 당의 부담이고 위기"라며 "당이 경각심이 없고 느슨해졌는데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 하에 최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민형배·김용민 의원이 함께 연 북콘서트에서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내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 제77조 및 당규 제7호 제14조 제32조에 따라서 최강욱 당원에 대해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비상징계를 의결했다"며 "(최고위원들이) 당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다만 박 대변인은 "여러 의견이 많이 있었다"면서 징계가 만장일치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또 최 전 의원의 문제 발언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민형배·김용민 의원에 대한 징계 역시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신속한 징계는 연이은 '막말'이 총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민주당의 조처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이 노인을 '미래가 짧은 분들'로 칭하거나, 송영길 전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 놈'이라고 일컫는 등 여러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다. 또 최근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현수막 문구로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고, 전날 허영 의원은 "(선거제도에 대해) 국민은 알 필요 없다"고 발언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는 등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역대 선거에서 '막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김대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나이 들면 다 장애인"이라는 발언을 했고, 2012년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노인네들이 시청역에 오지 못하게 엘리베이터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 '막말 논란'에 휩싸인 정당은 해당 선거에서 크게 패했다. 한편 민주당의 '막말'이 당내 도덕적 기준의 추락으로 빚어졌다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 전 의원의 막말 논란 직후 이원욱 의원은 의원들이 참여한 메신저를 통해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고 개탄했다. 이에 오영환 의원도 "최근 잇단 논란 대응이 늦어진 게 당의 망가진 모습"이라고 비판에 동참했다. 또 최근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이상민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최 전 의원의 막말 사태 등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실수로 물의가 생기면) 빨리 사과를 할 일인데, 오히려 보수 매체를 탓하면서 그쪽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당당하지도 않고 아주 비겁한 태도"라고 민형배 의원 등을 직격했다. 민 의원 등의 일부 친이재명(친명) 의원들이 최 전 의원의 논란에 대해 '언론이 억지 논란을 키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이 의원은 "(당의 도덕적 기준의 추락에) 이재명 대표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이 대표 본인도 여러 욕설 등의 모습을 보인 바 있으니, 다른 의원들에게 어떤 엄중한 징계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당의 원칙 부재가 막말 사태의 원인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