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이 병립형보다 불리" 계산에…민주, 선거제 이견 분분

현실론 "국민의힘 과반 막아야" vs 소신론 "국민과 약속 지켜야"

2023-11-23     이설아 기자
지난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차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내달 12일로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는 아직도 선거제 개편 논의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소수정당을 위한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칫 송영길 전 대표, 조국 전 법무장관 등을 필두로 한 민주당계 비례대표 정당 난립으로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일정 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일각에선 신속한 선거제도 합의를 위해 국민의힘과 같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지난 21대 총선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는 차기 선거의 여야 성적표에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 선택에 따라 이준석 신당, 송영길·조국 신당 등 비례대표 신당들이 대거 출현할 수 있다.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의 원내진출 가능성 여부도 엇갈리게 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 20대 총선처럼 정당의 지역구 의석 수와 상관없이 비례대표 투표율만으로 의석을 할당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일찌감치 기운 상황이다. 문제는 연동형이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도와 정치 선진화에 도움을 주지만, '거대 양당'의 의석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9년 당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미래한국당을 위성정당으로 창당해 연동형의 불이익을 우회했다. 민주당도 맞대응으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면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일각에선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소위 '현실론'이 부상하고 있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위성정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그렇다면 국민의힘 과반을 본의 아니게 도와주게 된다. 연동형은 국민의힘 과반 촉진법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인식 역시 이러한 '현실론' 주장에 힘을 싣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11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방지법안에 '반대'는 40%로, '찬성' 31%보다 높았다(11월 20일~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신뢰도 95% 오차범위 ±3.1%, 기타 상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반대'가 37%로 '찬성' 35%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신당 창당을 시사한 것도 민주당에게 부담이다. 위성정당을 금지한다고 해도 이들이 신당을 만들게 되면 '자매정당'으로 취급받아 실질적인 금지 효과 없이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탄희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국회의원 53명은 전날 "민주당의 정신은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라면서 "국민과 약속했던 연동형 선거제도를 유지하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득권 양당이 선거제도를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치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도는 늘 빛과 그림자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제도가 일방적으로 옳다, 그르다 이렇게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이어 "내부적으로 깊은 토론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며 선거제도의 신속한 합의가 현재로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