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인사 ‘안정보다 변화’… 실적부진 책임론에 ‘물갈이’ 가능성

부동산 PF 부실·금융당국 문책 등 악재에 교체 우위 금융위원장 인선 맞물려 거래소 차기 이사장도 주목

2024-11-23     이광표 기자
여의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증권가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EO 교체 흐름은 증시 부진과 부동산 침체 등 업황 악화에 금융당국발 사정 한파로 증권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다음 달 3년 임기가 끝나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후임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003540]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등의 대표이사 임기가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로 만료된다. 이미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세대교체' '지주 중심 경영'을 모토로 이미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멤버로 20년 이상 수장 자리를 지켜온 최현만 회장이 물러나는 대신 김미섭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1997년 창업 후 26년 만에 세대교체를 이뤘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 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사내이사인 허선호 부회장과 전경남 사장 중 한 명을 추가로 대표이사로 선임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남은 최희문 부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그룹운용부문장으로 메리츠금융지주 경영을 책임지는 대신 장원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지난 20일 기용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문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 임원 7명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낸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로 교체나 연임 여부는 지주사인 DGB금융그룹 회장 인사와 맞물려 있어 불투명하다. DGB금융그룹은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태오 회장 후임을 정하기 위한 인선 절차를 진행 중이다.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등 두 차례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키움증권은 황현순 대표이사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이사회에서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황 사장이 사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연임돼 임기가 2026년 3월까지 2년 이상 남았지만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새 대표이사 사장에 김성환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지난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정일문 사장은 증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사장 내정자는 1969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건국대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LG투자증권을 거쳐 2004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해 프로젝트금융(PF), 채권운용, 기업금융(IB), 경영기획, 리테일 등을 두루 거쳤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3월 대표직을 맡은 정영채 사장이 2년씩 3연임한 상태다. 정 사장은 2020년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현재 금융위원회의 최종 제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달 중 열릴 예정인 금융위 제재심에서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재취업이 금지된다. 각자대표이사 체제인 KB증권은 다음 달 말 1년 임기를 다하는 박정림 사장이 펀드판매사 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박 사장에 대한 문책 경고 제재를 결정해 금융위의 최종 판단이 남은 상태다. KB금융지주 수장이 양종희 신임 회장으로 교체돼 김성현 사장도 거취가 주목된다. 신한투자증권은 김상태 사장의 2년 임기가 다음 달 말 끝나지만 단일대표가 된 건 지난해 말부터로 1년이어서 연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모펀드(젠투파트너스펀드·라임펀드) 관련 사적 화해에 따른 일회성 충당금으로 3분기 적자가 난 것 외에는 올해 실적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장석훈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데 부동산 PF를 비롯한 리스크 관리가 양호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그룹 내 금융계열사 인사상의 변수가 남아 있다. 한국거래소의 차기 이사장의 후임 인선도 주목된다. 거래소는 최근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금융투자협회 등의 추천을 받아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손병두 이사장의 3년 임기는 다음 달 20일까지다. 앞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이후까지 손 이사장이 유임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사장 후보로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최훈 싱가포르 대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