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조3000억' HMM 본입찰 마감…산은·해진공에 쏠리는 시선

LX그룹, 고심 끝 가격 인식 탓 불참 전언 하림-동원, 각자 기대 시너지 전면 홍보

2024-11-23     박규빈 기자
HMM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적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인수전 본입찰에 예상대로 주요 2개 회사가 참여했다. 이에 따라 HMM의 새 주인 자리를 둘러싼 진검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우선 협상 대상자는 이르면 이달 말 경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 측은 가격을 포함, 각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 조달 △경영 계획 △해운업 발전 방향 등 정성적 지표까지 종합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매각 예정 가격은 예상치보다 높아진 만큼 세 후보들이 얼마나 조달금과의 간극을 줄여 경쟁사들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는지가 판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해진공은 HMM 매각 예정 가격을 최근 30거래일간 주가를 가중 산술 평균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 일각에서는 채권단의 매각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사실이라면 예상 매각가는 6조~7조원대로, 응찰 기업들이 채권단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주관사 삼성증권은 이날 오후 5시 본입찰을 마감했고 개찰에 돌입한다.  매각 예정 가격을 두고 인수 후보 회사들과 매각 측 사이에 의견 다툼이 있었으나 하림·동원그룹은 우선 예정대로 응찰했다는 전언이다. 지난 7월 20일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매각 공고를 냈다. 이후 진행된 예비 입찰은 8월 21일 마감됐다. 9월 초 심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하림·동원·LX그룹을 적격 인수 후보군에 들었다. 그 후 매각 측은 지난 8일까지 인수 후보자들에 대한 실사를 이어갔다. 오는 30일 경 매각 측은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해가 바뀌기 전에 주식 양수 계약(SPA)까지 맺는다는 입장이다. 이목이 쏠리는 부분은 후보들이 어느 수준까지 인수 금액을 제시했는가이다. 후보들끼리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써낸 금액 자체가 매각 측의 요구에 미달하면 매각은 없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최근 30거래일간의 HMM 주가에 가중치를 더해 나눈 가격을 기준으로 매각 예정가를 매긴 것으로 전해진다. HMM의 평균 주가는 약 1만5300원이다. 채권단 지분 57.88%의 가치는 6조1000억원이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으면 비로소 예정가가 매겨진다. 프리미엄이 10~20%이면 HMM 매각가는 6조7000억~7조3000억원대까지 앙등한다. 한편 인수 후보들은 5조원 내외가 알맞다고 평가해왔다. 현재 매각하는 측이 갖고 있는 잔여 영구채는 3억3600만주다. 전액 주식 전환 시 매각 대상인 3억9879만주의 지분율은 57.88%에서 39%까지 급전직하한다. 이 같은 이유로 단순 지분 가치인 6조1000억원에 프리미엄이 선반영 됐다는 논리다. 올해 3분기 HMM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7%나 급격히 줄어들 정도로 해운업황이 나빠진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LX그룹이 마지막까지 본입찰 참여를 두고 고심한 까닭도 가격에 대한 인식 차이 탓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의 매각 동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산은은 2021년 대우건설 매각 건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당시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을, DS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썼고 전자가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됐다. 이후 중흥건설이 인수 포기로 압박 전략을 구사하자 산은은 인수 금액을 2000억원 깎아줬다. 아울러 해운업계 등에서 HMM의 기업 가치가 8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하는 건 부실 매각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조처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매각 여부를 판가름할 가격 말고도 정성 평가 요소를 얼마나 반영할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산은은 최고가 낙찰자가 HMM을 인수하게 된다는 원칙과 동시에 인수자들의 자금 조달 계획에도 높은 비중을 부여할 방침이다. 인수를 마친 후의 경영과 해운업황 발전 계획안 등도 중점 반영한다. 하림그룹은 해운 계열사 팬오션을, 동원그룹은 물류·항만 전문 자회사 동원로엑스를 앞세워 HMM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각자 경쟁 상대보다 더 큰 인수 시너지 효과를 드러내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평이다. 두 그룹은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이 HMM을 품으면 컨테이너와 벌크를 모두 취급하는 국가 대표 선사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고 강조한다. 팬오션이 영위하는 벌크 사업은 변동성이 큰 HMM의 컨테이너 사업에 안정성을 부여할 수 있다. 각자 축적해온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합쳐 영업력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친환경 운항 환경으로의 전환에 공동 대응해 연료 비용도 아끼는 등 수익성과 환경·사회·지배 구조 측면에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협업을 이뤄낼 수 있다. 동원그룹은 HMM과 함께하면 육상 물류-항만-해상 운송 모두 연결되는 밸류 체인 완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두 후보는 실사 과정을 나란히 지나며 자금 조달 계획에도 진심을 보여왔다. 하림그룹의 팬오션은 영구채도 발행했고, 자산 유동화도 단행해 자체 보유 현금을 3조2500억원까지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동원그룹은 계열사 상장 전 지분 투자인 '프리 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자체 조달과 인수 금융 활용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내 참치캔 기업들 중 규모가 가장 큰 스타키스트의 전환 사채(CB)를 발행해 5000억원에서 6000억원 사이의 자금을 조달해오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