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성적목적 주거침입죄 신설 필요성

이돈호 변호사(이돈호 법률사무소)

2024-11-26     기고

매일일보 = 기고  |  지난 2019년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에서 본인의 집으로 들어가려던 여성을 뒤쫓아 주거침입을 시도한 사건의 CCTV가 공개되며 사람들의 관심과 공분을 샀다.

해당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20대 여성을 따라간 점, 여성의 문 앞에서 10분간 머무르면서 문을 열려고 시도한 점 등을 종합해 주거침입과 강간미수의 점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사는 1심에서 피의자를 주거침입강간으로 기소했고, 항소심에서는 공소장을 변경해 예비적으로 주거침입 강제추행으로 추가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과 항소심, 대법원 모두 검사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주거침입에 대한 범죄사실만을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많은 사람이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의 집에 침입한 것으로 봄에도 단순히 주거침입에 대해서만 죄를 인정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해당 사건 이후로도 현재까지 성적 욕망 충족을 목적으로 타인의 집, 특히 여성 1인 가구의 주거에 침입하는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성적 목적의 침입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규정은 우리 법에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관련 규정으로,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 이용장소 침입과 형법상 특수강도강간 규정이 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침입의 대상이 되는 장소가 다중 이용장소로 제한돼 있어 일반 주거지에 침입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고, 후자의 경우 주거침입으로 인해 강간 또는 강제추행 등 구체적인 성범죄 행위로 발현됐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라 한계점이 있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성범죄가 이뤄지지 않은 때에는 형법상의 단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법령 개정을 통해 범죄 의도를 명확히 구분해 성적 목적을 가진 주거침입을 별도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지난 3월 성적 목적을 위한 침입의 범위를 거주지로 확대하기 위한 신설조항을 포함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이는 성범죄에 취약한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성적 목적 충족을 위해 주거에 침입한 경우 일반 주거침입과 다르게 성범죄에 결합해 행해지는 일반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물론 피의자가 주거침입을 할 때 성적인 목적을 가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가진 주관적 의도를 밝혀내야 하는 실무적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수사 실무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성적 목적 주거침입죄를 신설은 범죄행위의 실체관계를 구체적으로 반영해 국민의 안전을 더욱 폭넓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