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부·여당, 예산심사 시간 끌기"…'자체 수정안'으로 압박
강훈식 野 예결위 간사 기자간담회 "시간 끌어 자동 부의 악용하려는 의도" "총지출까지 증액하는 방법 모두 검토"
2024-11-26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며 야당 단독 수정안을 만들어 추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여당이 오는 30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끝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원안이 다음 날 곧장 본회의에 부의되는 국회법을 악용해 야당의 예산 삭감과 증액 요구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고 단독 수정안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결위 심사 기한인) 11월 30일까지 3일 남았는데 아직 증액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정 기한 내에 예산 심사가 마무리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임에도 그 반대로 예산 심사를 마무리하기 어렵게 정부·여당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그 다음날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국회법의 예산안 등 본회의 자동 부의 조항을 악용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제85조의 3에 따르면 예결위가 예산안 심사를 매년 11월30일까지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결위가 이날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 예산안이 그 다음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시간 끌기에 야당 자체 수정 예산안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단독 수정안으로 야당의 감액안 수용을 압박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정부가 본회의 자동 부의라는 정부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면 국회도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리를 다하기 위해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며 "수정안만 내는 방법이 있고 총지출까지 증액하는 방법도 있다. 두 방법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현재까지 예결위에서 감액한 규모에 대해선 "총지출 기준으로 227건에 대해 6100억4164만원을 감액했고 정부 원안 유지 106건, 보류는 277건"이라며 "2차에 걸쳐서 감액 심사했지만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원전, 신재생 에너지, R&D(연구개발) 예산 등에 대한 쟁점에 대해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액 심사는 여당의 방해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당초 소위를 9일간으로 합의하면서 감액과 증액 심사를 비슷한 비중으로 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감액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남은 시일에 비해서 안건이 너무 많다'는 등 이유로 증액 심사를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정부 측에 증액을 위한 실무 협의를 제안하고 촉구해도 버티기로 일관했다"고 했다. 다만 강 의원은 수정된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엇다. 그는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고 싶어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며 "지금 예산안을 발목잡고 있는 건 야당이 아니라 정부·여당이다. (법정시한까지) 시간을 끌면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 아닌가. 적극 협상에 나서서 지역숙원사업이나 민생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이야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