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美도 인플레 목표치 미달…내년도 금리인하 시기 ‘안갯속’

한은, 고물가·저성장 딜레마 속 동결 장기화 수순 파월도 "인플레 목표 달성 멀었다"...인하 선긋기

2024-11-26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더딘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긴축 완화 시점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가계부채는 지속 증가 추세여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전망치를 웃돌고 있지만 국내 경제 저성장,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계속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한은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을 보면 금리 인상도 선택지에 있긴 하지만,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금융시장 불안을 감안하면 동결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실제로 올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8% 올랐다. 이는 한은 물가안정 목표(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올 7월 2.3%로 둔화됐지만 8월(3.4%), 9월(3.7%), 10월(3.8%) 등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물가도 문제지만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 잠정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6월 말 대비 14조3000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유동성이 확대됐던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크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금융사 대출에 카드사용액(판매대출)을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말한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1759조1000억원으로 6월 말 대비 11조7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에 상품별로 보면 주담대가 17조3000억원 증가한 1049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써내려갔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먼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조정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 하향세를 확인한다면 내년 5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흥국증권 채현기 연구원은 "한은이 빠르면 2분기, 늦으면 3분기 중 통화정책을 금리 인하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물가 상방 리스크와 함께 가계부채 급등, 주요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을 감안해서다. 한 금통위원은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커진 점,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점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경기 성장 둔화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정책여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관찰하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준금리 정책의 바로미터가 되는 미국의 기준금리도 인하 시점이 불투명하다.  미 연준은 지난 1일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지만,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긴축 완화엔 선을 그은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그런 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를 자신할 수는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 김호정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