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 수장, "3국 정상회의 준비에 속도"···연내 개최는 난망

26일 외교장관 회의···"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 개최 재확인" 차관보급 회의 이후 진전 없어···조태용 "연내 개최 쉽지 않아"

2024-11-26     이태훈 기자
26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중일 3국은 26일 '외교장관 회의'의 다음 단계인 3국 정상회의 준비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다만 앞선 차관보급 회의에서보다 진전된 내용이 없어, 당초 목표로 했던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분간 3국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중일 외교장관과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며 "앞으로 정상회의 개최가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은 지난 9월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에서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차관보급 회의 다음 단계인 외교장관 회의에서 사실상 논의 진전이 없어,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목표했던 올해 내 3국 정상회의 개최는 어렵지 않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직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의) 문을 닫진 않았지만 지금 연내 열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체된 정부간 협의체를 적극 가동해 3국 협력 제도화를 공고히 하고 △3국 국민이 체감할 실질 협력을 발굴하며 △3국 협력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향후 '3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박 장관은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회의에서 세 장관은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3국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 박 장관은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멀리 나가기 위해서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한다"며 "3국 협력이 멈추지 않고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장관은 3국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일본과 중국의 외교 수장을 차례로 만났다. 먼저, 가미카와 외무상과 만난 박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고법에서 나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에 대해 입장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장관은 왕 부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 정지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북한을 일방 비난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