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정책 방향이 안 보인다
2023-11-27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건설업계 2023년은 유독 다산다난한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상반기에는 인천검단의 지하추자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건설업계 부실시공 및 안전문제로 전국이 들썩이며 건설기업들은 바짝 몸을 숙였다.
부동산 시장은 하락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아파트값이 단기간 회복되는 듯했으나, 정부의 모기지론이 막히자 다시 반등세가 수그러들며 장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란 평론이 나온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추진력 있는 행보가 필요한 상황인데, 정작 정부 정책은 동력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국민의 생명 및 권익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떠들썩하게 예고했던 각종 혁신안은 한 달 넘게 감감 무소식이다. 정부는 당초 10월 한국주택도시공사(LH) 혁신안과 더불어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훌쩍 넘기고도 "확정된 바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석 달전 만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를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주문하며 국토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듯했으나, 겨울 한파 속에서 그 뜨거웠던 열기와 관심은 이미 식은 지 오래다.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했던 중대재해처벌법 감축안과 분양권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국회에서 수개월 넘게 표류 중이다. 물론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책이 속도를 내기 힘든 점도 있지만, 상황만을 탓하기엔 정부 차원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할수록 건설부동산 정책의 추진력이 흔들릴 것이란 지적은 일찍이 나왔다. 이는 우려에 그칠 수도 있었으나 지난 9월 발표된 주택 공급 계획안이 그간의 정책들을 정리한 수준에 그치며 쐐기를 박았다. 건설업계에선 벌써부터 내년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누가 자리할 것인가를 두고 하마평이 오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하반기 들어 여러 차례 장관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음에도 총선 출마설이 식지 않은 것이다. 현재 건설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실시공 및 안전문제, 한국 경제에 깊숙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부동산 침체 등 풀기 어려우면서도 놓칠 수 없는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하반기 정부의 뚜렷한 존재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에선 갖가지 민생 정책들을 제시했으나 건설업계에선 "모든 사안을 정치적으로 끌어가니 SOS를 보내려 해도 그러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작년 카르텔을 척결하겠다며 건설현장을 방문했던 것이 단순한 이슈몰이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 마침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2024년 새해가 불과 한 달 남짓 남았다. 내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푸른 용띠의 해다. 부디 용의 해를 앞두고 정부의 약속들이 용두사미로 남지 않길, 우려가 헛발질에 그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