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층은 줄고 노인층만 느는 일자리, 노동시장 구조개혁 시급

2024-11-27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최근 고용시장에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노인 일자리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5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58만 4,000개로 작년 동 분기 2,020만 5,000개보다 1.9%인 37만 9,000개 늘어나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 폭은 지난해 1분기 75만 2,000개로 정점을 찍고 이듬 분기부터 5분기 연속 둔화하고 있다. 증가 폭이 30만 개대로 내려온 건 2021년 4분기 37만 6,000개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늘어난 일자리도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건·사회복지(10만 8,000개), 숙박·음식(5만 1,000개)이 많았다. 반면 가장 일자리 비중이 크고 지속성도 높은 제조업은 4만 9,000개 증가에 그쳤다. 고용 규모뿐 아니라 고용 질도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지난 2분기 60대 이상 일자리가 29만 개(9.0%)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다. 50대가 9만 7,000개(2.1%) 늘어 뒤를 이었고 30대와 40대도 각각 5만 6,000개(1.3%), 3,000개(0.1%) 증가했다. 반면 20대 이하 청년 일자리는 6만 8,000개(-2.1%)나 줄었다. 지난해 4분기(-3만 6,.000개), 올해 1분기(-6만 1,000개)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작년 2분기부터 전년 대비 일자리가 줄어든 연령대는 20대 이하 청년층이 유일하다. 이렇듯 전체 고용 증가 폭이 5분기 연속 둔화한 것도 우려가 크겠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이하 청년 일자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추세는 더 심각한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마저 낮게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3,22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2023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를 지난 11월 22일 밝혔는데, 올해도 대졸 채용시장 어려움 지속되는 가운데 전년보다 나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는 분위기다. 조사한 결과 졸업생 예상 취업률이 49.7%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 과정의 어려움으로 ‘경력직 선호 등에 따른 신입 채용 기회 감소(26.3%)’,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2.6%)’,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 확보 어려움(17.2%)’ 등을 꼽았다. 또한 지난해 대비 올해 대졸 신규 채용 환경에 대한 대학생의 응답을 살펴보면, ▷지난해보다 어렵다(30.3%) ▷지난해와 비슷하다(25.9%) ▷지난해보다 좋다(3.6%) 순으로 나타나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 부족과 취업 기회 감소 때문에 청년들의 구직 기대가 크게 꺾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지난 8월 27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15~29살 청년층 고용률은 같은 기간 46.4%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데다 일자리를 찾지 않고 그냥 ‘쉬었음’ 청년층이 41만 명에 달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전체 청년 인구의 5% 수준으로 청년 20명 중 1명 꼴이다. 2년 넘게 쉬었다는 청년만 10만 명에 육박했다. ‘쉬는 기간’이 길어진 청년을 장기간 방치(安放)하는 경우 이들의 고용가능성은 점점 작아지면서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냥 ‘쉬었음’ 기간이 늘어나면 고용가능성이 줄고 일자리의 질도 나빠질 뿐만 아니라 고립·은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 사회의 미래가 점점 암울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청년 취업 시기가 늦어질수록 평생 임금 소득과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게 되면 이로 인한 임금 손실과 경력 상실의 피해를 보게되고, 이후에도 임금과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이른바 ‘이력효과’에 빠지게 된다. ‘이력효과’는 실업률이 높고,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태가 지속하게 되면 실제 경제성장률마저 하락해 잠재성장률도 더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이 1년 늦어지면 향후 10년간 임금은 4~8%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청년들의 건전한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첩경이다. 그러려면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해서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을 유도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우수한 청년 인재들을 충분히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정부도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정부와 민간에서 7만 4,000개 인턴 기회 제공, 빈 일자리 청년취업지원금 지원, 초기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 워라밸 구축 사업장에 1인당 30만 원 지원, 심리상담 등 쉬는 청년을 위한 맞춤 정책은 사회돌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냥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근본 이유는 구직 청년의 눈높이와 고용 조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중소기업과 취업준비생 간의 ‘일자리 엇박자(Mismatch)’는 실업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악순환해 왔다. 전문가들은 쉬는 청년이 급증한 이유를 양질의 일자리 부족,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등 복합적인데 있다. 따라서 처방 역시도 복합적이어야 한다. 청년 문제의 근본 해법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양산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우선‘모래주머니’ 같은 규제 사슬을 과감히 혁파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치’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복지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부터 해소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고용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에 활기가 돌게 하려면 젊은 청년들에게 잡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고기를 손수 잡을 수 있도록 그물을 건네줘야 한다. 정치권은 근로 의욕만 꺾어놓는 ‘사탕발림’ 미봉책을 과감히 버리고 청년들이 역량을 키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과 실효적인 지원을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젊은 층이 선호하고 염원하고 잘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양질의 고선망(高羨望)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더 고민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