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형 재건축 현장, 시공사 선정조차 어려워

여의도·노량진 등 알짜 단지서 시공사 선정 유찰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영향… 주택공급 위축 우려

2024-11-27     나광국 기자
서울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여파로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에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입찰을 마감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시공사 선정에 아무도 응하지 않아 유찰됐다. 노량진 1구역은 총 2992가구로 노량진뉴타운 중 가장 규모가 큰 데다, 지하철 1·9호선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지난 9월 15일 현장설명회 때만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GS건설과 삼성물산을 포함한 7개 건설사가 당시 설명회에 참석했다. 특히 GS건설과 삼성물산의 참여의지가 강해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입찰마감일 이틀 전까지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납부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업계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를 유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로 695만원을 제시했다가 730만원으로 올려 책정했다. 하지만 고급화 등을 요구한 조합의 사업 조건에 비해 공사비가 낮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응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공작아파트도 대우건설이 지난 9월 1차 입찰에 이어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찰됐다. 지난 9월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대우건설만 참여하며 유찰된 바 있다. 이번 2차 입찰을 앞두고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결국유찰됐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던 성동구 응봉1구역 재건축도 현대건설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10개 건설사도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조합 측이 제시한 공사비(3.3㎡당 755만원)가 낮다고 판단해 입찰을 포기했다. 경기 과천시 중심가의 마지막 재건축 단지인 과천주공10단지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삼성물산이 두 차례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칫하면 수주에 성공한 뒤 돈은 벌지 못하고 소송전에만 휘말리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며 "자잿값이나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선별수주 경향이 뚜렷해졌고,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과 관련한 규제도 국회 문턱을 못 넘긴 것 또한 더 신중하게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이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 지연되면 신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최소한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