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안보 위협하는 탄저·에볼라… 韓제약바이오, 백신 개발 '총력'

美관공서에 '하얀가루 편지' 배달… 탄저 테러 재현 우려 SK바이오사이언스, 2세대 에볼라 백신 개발 중 GC녹십자 탄저백신,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

2024-11-2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최근 미국에서 펜타닐이 담긴 의문의 편지 봉투가 잇따라 배달되면서 생물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생물 테러와 신종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 주권 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세대 에볼라 백신 개발에 나섰고, GC녹십자와 질병관리청은 탄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볼라와 탄저는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특성이 있어 ‘생화학 무기’로 활용되거나 넥스트 팬데믹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치사율이 높아 치료보단 예방이 중요한데, 예방 백신을 가진 기업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미국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펜타닐이 담긴 의문의 편지 봉투가 배달돼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달만 해도 조지아·네바다·캘리포니아 등 6개 주 선관위와 관공서 건물에 펜타닐이나 흰색 가루와 함께 협박 및 정치적 상징이 담긴 편지가 배달됐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과거 탄저균 테러가 연상된다며, 정부에 방역망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에선 과거 2001년 9.11 테러 이후 우편물을 이용한 탄저 테러가 발생해, 11명의 환자 중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탄저균은 생산 접근성이 낮고 사망률도 높아 생화학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탄저의 위장 감염 시 사망률은 말기 암보다 높은 25~60%까지 치솟는다. 아프리카 등 지역에 국한됐던 에볼라 바이러스는 2014년 서아프리카를 넘어 글로벌 사회로 확산되는 대유행을 겪은 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에볼라는 감염 뒤 1주일 이내에 50~90%의 치사율을 보이며, 전염경로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더욱 위험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마찬가지로, 치명적 감염병이 언제 퍼질지 모르는 만큼 국내서도 예방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또 미국의 대표적 우방국인데다 북한과 관계가 악화된 한국 또한 생화학 테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징이다. 예방 백신 보유 여부는 테러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첫단추인 만큼, 국내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에볼라 백신은 MSD의 '에르베보'와 존슨앤존슨의 ‘제브데노’로, 모두 외국 제품이다. 여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제 비영리 연구기관인 힐레만연구소와 ‘2세대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의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백신 개발에 가세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생산 공정, 생산 효율성, 열 안정성 측면에서 개선된 2세대 에르베보의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 기대되는 부분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은 물론 대량 생산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상상황 발생 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 백신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이 상업화되면 자체 백신 공장인 안동L하우스에서 글로벌로 공급될 2세대 에볼라 백신을 위탁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질병관리청과 협력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 ‘재조합 단백질 탄저백신(GC1109)’을 대테러 위기대응 의약품으로 상용화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해당 탄저백신은 기존 개발된 백신이 갖는 문제점을 개선해 더 안전한 재조합 단백질 탄저백신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 사례다.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탄저 치료용 항체는 모두 외국 제품들로, 단가가 높고 국내에서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기존 백신은 미량의 잔존 탄저균 독소인자에 의해 부작용 유발의 가능성이 있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생물테러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한국이 생산하고, 보유할 수 있는 것만으로 생물테러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