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대 역행 제도에 몸살’ 전자담배, 규제 개혁 ‘청신호’
담배유해성관리법 오는 2025년 11월경 시행 예정 담배 정의, 기존 연초 잎서 뿌리·줄기까지 확대 추진
2023-11-28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정부와 국회가 건강한 전자담배 산업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담배 내 유해 성분을 알리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는가 하면, 담배 원료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그간 편법이 많았던 액상형 담배 과세 정상화에도 적극 나서려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6일 담배에 들어간 유해 성분의 종류와 양을 공개하도록 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담배유해성관리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공포 후 2년 뒤 시행하도록 규정됐다는 점에서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025년 1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담배 유해 성분의 분석·공개 및 활용에 대한 담배 유해성 관리 전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세우고, 심의위원회를 꾸릴 방침이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담배 제조·수입 판매업자가 2년마다 제품 품목별로 유해 성분 함유량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검사결과서와 더불어 담배에 들어있는 원료와 첨가물 등 정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려야 한다. 이밖에도, 연초담배 외에 액상형·궐련형 등 전자담배도 유해 성분 공개 대상에 속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맞는 합리적인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으로 제품 안정성 확보, 시대착오 규제 개편 등이 기대된다. 특히, ‘전자담배가 연초 대비 덜 해롭다’라는 담배업계의 주장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 제정으로 담배 속 유해 성분의 종류와 양을 국민께 정확히 알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향후 공개되는 유해 성분 정보에 기반해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달 21일에는 여야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개최해 담배 원료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의 잎이나 뿌리, 줄기’로 확대하는 개정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앞으로 연초 뿌리나 줄기 등으로 생상된 전자담배도 온라인 판매 등이 제한될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합성니코틴은 독성 및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배 원료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유보적 입장으로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기재부는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세금 정책 등으로 규제를 할 수 있다며 지난 23일 재정소위에서 보완 의견을 제출하기로 했지만, 다른 법안을 두고 여야 간 정쟁이 발생하고 있어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논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35년만에 담배 기준이 바뀌게 된다. 그간 일반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사용자수 및 잠재수요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정한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담배 정의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 편입되는 제품에 대해 담배소비세, 건간증진부담금 등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유해성관리법이 앞으로 정착되면 연초와 전자담배의 차이도 알 수 있고 투명성이 확보돼 시장의 건강한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본다”며 “담배 범위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규제나 정책도 세분화되거나 어느정도 재조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