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엌의 재발견…라이프스타일 따른 각양각색 변신

2024-11-29     이소영 한샘 R&D본부 부엌상품부장
이소영

매일일보  |  집에서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은 보내는 공간은 단연 ‘부엌’이다. 부엌은 시대에 따라 또 라이프스타일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면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쳐왔다. 전통식 부엌은 요리를 하는 공간이자 난방까지 담당하는 공간이었다. 주거 공간이 재래식 온돌집에서 단독주택으로, 또 아파트로 변화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부엌의 기능과 형태도 함께 변화했다.

이제 부엌은 더 이상 요리와 식사를 위한 여성만의 공간이 아닌, 가족이 함께 대화하고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때로는 나만의 조용한 서재가 되기도 하고, 아끼는 오브제를 예쁘게 전시하는 공간이 되는 등 부엌의 변신에 주목해 보자. 전통식 부엌은 쪼그리고 앉아 장작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짓던 부뚜막과 아궁이가 중심이었다. 당시 난방까지 모두 부엌에서 담당하면서 부엌은 안방과 가까운 집 한쪽에 위치했다. 1960년대 말 국내에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입식 부엌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연탄 아궁이와 새마을 보일러가 보급되면서 난방과 취사가 분리되고, 부엌이 집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입식 부엌으로 변화했다. 재래식 부엌에서 입식 부엌으로의 변화는 국내 소비자들의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건이었다. 이 당시 한샘은 부엌가구 회사로 출범해 입식 부엌의 보급에 앞장섰다 허리를 굽히고 불편한 자세로 일하던 주부들은 이제 한샘의 입식부엌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가사일을 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주부의 가사노동을 효율적으로 돕는 부엌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한샘은 ‘시스템키친’을 도입하며 주부의 키, 동선 등 신체 조건을 고려해 과학적으로 부엌을 만들었다. 여기에 주방을 개수대, 조리대, 가열대 등으로 구분해 주부가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자인도 당시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오렌지, 옐로, 그린 등의 과감한 원색 컬러를 활용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꿈의 주방’이 인기를 끌었다. 부엌이 단순한 가사노동의 공간이 아닌 아름답게 꾸미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등장하고 이동통신이 보급되면서 본격적인 정보통신사회로 진입하던 시기였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가스오븐과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자동화 기능들을 갖춘 부엌 가전을 적용한 ‘인텔리전트 키친’ 개념을 도입했다. 부엌의 기능이 자동화돼 주부들의 가사 시간을 줄여주고, 주부들의 남는 시간을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들어 부엌은 다양화의 시대로 접어 들며 ‘밀레니엄 키친’이 등장했다. 초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부엌뿐 아니라 자재 개발, 색상, 빌트인 기기의 지속적 확대가 이뤄졌다. 부엌 제품이 하나의 인테리어 패션 아이템이라는 인식 더욱 확산됐다. 단순 기능적 제품에서 집안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소비 개념으로 정착하고 있다. 최근 ‘레이어드 홈’ 트렌드가 인기를 모으며, 집 공간이 단순히 요리를 하거나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더 예쁘게 꾸미고 싶은, 취미와 학습 등을 위한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부엌도 식사와 요리에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여가와 취미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는 다기능적 공간으로 확장됐다. 시대에 따라 집의 가치와 홈 인테리어 트렌드 역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집’은 바쁜 일상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가족의 위로와 격려를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 공간으로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집의 가치를 반영해 최근 분양된 아파트를 보면 거실과 부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공간은 더 넓어지면서 점차 부엌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안방이나 서재는 재충전을 위한 쉼터의 역할이 강해졌고, 부엌은 학습과 놀이, 사교, 취미 생활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 삶에서 부엌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더 새롭고 편리한 부엌을 원하게 되었다. ‘서재형 부엌’, ‘카페형 부엌’, ‘호텔라운지형 부엌’ 등 색다른 콘셉트의 부엌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픈 벽장, 연계형 식탁 등을 조합해 요리뿐 아니라 독서와 휴식도 즐길 수 있는 ‘서재형 부엌’을 꾸밀 수 있다. 벽 한 켠에 설치된 오픈 벽장은 책과 잡지를 수납할 수 있어 부엌 공간 내 인테리어 포인트로 눈길을 끈다. 채도가 낮은 컬러를 부엌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하면 차분한 분위기가 더해져 조용한 나만의 서재를 연출할 수 있다. 부엌을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기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면 ‘ㄱ’자형 아일랜드와 ‘연계형 식탁’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함께 요리와 대화를 즐기는 넓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호텔 라운지처럼 좋아하는 찻잔과 그릇, 와인병 등 다양한 오브제를 부엌에 전시하기도 한다. 부엌 수납장을 장식장처럼 사용하고, 은은한 조명이 켜지는 ‘조명 선반’을 벽장 대신 설치하면 호텔라우지 같은 나만의 전시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부엌은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위로와 격려, 이해를 받고, 지친 심신을 재충전해 새롭게 내일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요리중심의 설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다채로운 부엌을 꾸며 가족의 재충전을 위한 공간, 가족과의 행복을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