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로 나가자”…미래 시장 개척 나선 유통업계
고물가, 소비침체 등 내수 시장 한계 극복 차원 뷰티기업 日시장, 패션기업 中시장에 사업 확장
2024-11-29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국내 유통업계가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이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부진 장기화·출혈 경쟁· 등 국내 유통 시장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한류 문화가 퍼져나가면서 이를 기업·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한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 경기 악화로 소비자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기업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역량을 쏟고 있다. 먼저, 뷰티기업들은 일본 시장의 미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일본 뷰티 시장은 자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공략하기 어려운 불모지로 여겨졌지만, K팝을 좋아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K뷰티에 대한 호감도가 커져 업황 호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메이크업 브랜드 ‘힌스’, ‘브이디엘’, ‘글린트’, ‘프레시안’ 등을 전면에 앞세워 일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기준 일본 온라인 매출을 전년 대비 282% 향상한 브이디엘은 연말까지 AINZ(아인즈) 등 일본 버라이어티숍 등 500여곳에 뛰어들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목표로 마츠모토키요시 등 일본 드럭스토어 2000여곳 입점 협의도 논의하고 있다. 글린트와 프레시안도 오는 12월과 2월에 각각 로프트(LOFT)에 진출할 예정으로 현지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선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일본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시장 전체 매출은 46억엔(한화 약 403억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64% 신장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0%대로 두자리 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샤는 일본 뷰티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나는 베이스 메이크업 부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일본인 멤버인 트와이스 사나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기용해 MZ세대를 비롯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패션업계들은 여전히 큰 구매력이 남아있는 중국과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젝시믹스는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 최초로 말레시이아 몽키아라 쇼핑몰에 1호 매장을 개장했다. 이번 매장이 들어선 몽키아라 지역은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북서쪽에 위치한 신도시로 상권이 고르게 형성돼 있다. 몽키아라 내 쇼핑몰 내 스포츠웨어 편집숍 외에는 브랜드 매장이 전무하다보니 점에서 젝시믹스에 대한 현지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오픈 당일 매장에는 기념품과 할인 혜택을 받고자 하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F&F는 중국에서 순항 중인 MLB와 더불어 수프라 안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프라는 지난 9월말 상하이 1호점 기점으로 광저우, 베이징 등 현지 주요 도시에 걸쳐 5개 매장 오픈이 예정돼 있다. 연내 총 25개 매장을 추가 구축할 계획으로 내년말까진 약 200여개 매장 설립을 목표로 삼았다. MLB는 2019년 중국 시장에 투신해 지난해 9월말 매장수가 8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000개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와 뉴발란스 키즈를 내세워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파오는 올해부터 기존 로컬라이제이션 전략 대신 한국 스파오가 본사역할을 담당하는 직진출 형태로 선회했다. 지난 3월 스파오 치바오완커 매장을 한국 인테리어와 상품으로 새단장한 결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올랐다. 연내 현지 매장 15개점까지 구축할 방침이다. 스파오가 2020년 중국 유통권을 획득한 뉴발란스 키즈는 현재 26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내년에는 2000억원 매출고를 세운다는 목표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인 비대면 거래 일상화를 반영해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셀러 상품을 구입하는 이른바 ‘역직구’(전자상거래 수출) 역량을 개선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쇼핑몰 창업 지원 솔루션에서 일본 쇼핑 앱 ‘아무드(amood)’를 통한 글로벌 진출 프로세스까지 확대했다. 이번 확장으로 에이블리 모든 소호(soho) 패션 마켓은 아무드 앱 연동만 하게 되면 별도 시간 및 비용을 소비하지 않고 일본 진출이 가능하다. 번역, 결제, 통관, 물류, 고객 응대 등 모든 과정을 에이블리가 도맡는데, 특히 물류 과정은 서울 성수동 소재 자체 풀필먼트 센터에서 이뤄진다. SSG닷컴은 지마켓글로벌과 협업을 통해 역직구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G마켓글로벌샵을 활용해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몰 우수 셀러들의 패션 뷰티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에 진출한 쿠팡도 사업 전개 1년만에 현지 북서부 지역 타오위안시 소재 두번째 풀필먼트 센터를 짓고 내년 상반기에는 추가 풀필먼트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 상품 수출이 아닌 물류 기반의 사업모델로 성공 밑거름인 ‘로켓배송’과 ‘로켓직구’를 이식한 것이다. 앞으로 국내 유통기업들의 해외 진출 사례는 지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경기가 부진할 거라는 전망이 지속 나오면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실시한 결과, 내달 BSI 전망치는 전월 동기 대비 3.9포인트 상승한 94을 기록했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부터 21개월째 기준선(100)을 웃돌고 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올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진행한 결과, 전망치가 83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외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로 극복하려는 거 같다”며 “신시장 개척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신규 고객 유입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기업의 주요 생존전략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