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산엑스포 불발 아쉬움, 하루면 족하다

2024-11-29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28일 엑스포 결전의 날, 한국시간 밤 10시 30분께 우리나라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이 시작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PT의 포문을 열었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홍보대사 등이 등판해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며 영어 스피치를 이어갔다. 세계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의 국어이자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의 공식언어인 불어도 간간히 가미됐다.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을 생각게 하는 PT였다. 끝까지 민관이 열심히 뛰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PT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국민적 관심을 방증하듯 한 생중계 채널의 동시 접속자 수만 1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BIE 회원국 182개국 대표의 익명 투표로 결정된다. 뚜껑을 열어보니 앞서 정부가 내비쳤던 역전 기대감과는 달리 표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1차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 표를 얻었기 때문에 결선에서 역전하는 시나리오를 꿈꿀 순 없었다. 발표 직후 선발 주자인 사우디, 그리고 오일머니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에 대해 아쉬움 마음이 드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득표수로 재단할 수 없는 외교, 경제적 결실을 이뤘다고 본다. 특히 경제계는 그동안 주력 시장에 가려졌던 신시장의 잠재력과 관련 네트워크를 쌓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실제 SK그룹은 최근 CEO 세미나에서 세계 각국과 합의한 '윈윈' 협력모델 등 엑스포 유치 활동 중 창출한 뜻밖의 사업 기회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민관이 국민의 염원을 품고 한마음으로 뛰었던 노력의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적 자산이다. 대한민국의 새 도약을 이끌 '저력'을 점층적으로 쌓아나가는 여정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엑스포 재도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총회 직후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아쉬움은 하루면 족하다. 우리는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를 또 잘 살아내야 한다. 부산 엑스포 유치뿐 아니라 글로벌 리딩 국가로 향하는 우리나라, 경제계의 향후 도전과 도약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