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출vs수출…각기 다른 셈법 ‘주목’
해외 공장, 현지 수요 대응…인접 국가 진출 교두보 역할도 ‘불닭’ 글로벌 인기에도 전량 국내 생산…상징성‧맛품질 고려
2023-11-29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해외사업 효율화를 위한 식품기업들의 셈법이 다각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 식품업계는 규제와 인구절벽 등 정체된 내수시장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기업들은 잠재수요‧규모의 경제가 우월한 글로벌 시장 사업 거점 확대를 위해 수출 전초기지 구축부터 현지 캐파 증설까지 다양한 전략을 통해 글로벌 수요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사들의 해외 시장 타진 전략은 크게 직진출(현지생산)과 수출(국내생산→수출)로 나뉜다. CJ제일제당은 ‘현지생산’과 글로벌 생산 거점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접국가로 수출하는 ‘C2C’ 사업모델 등 투트랙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베트남에 ‘글로벌 생산→글로벌 수출(G2G)’ 모델을 적용한 첫 해외 공장을 준공했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상품을 인근 타 국가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기존 ‘국내 생산→수출’, ‘해외 현지 생산→현지 공급’ 등의 해외 사업 프로세스와 차별점을 뒀다. 키즈나 공장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베트남에서 생산된 만두와 김치를 C2C 방식으로 인접국가인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수출 물량을 오는 2025년까지 올해 대비 3배 이상 확대한단 구체적 목표치도 세웠다. 대상은 미국 LA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세우고, 현지 생산 능력 증대 및 서구권 지역 공급 확대에 나섰다. 미국 김치 시장 파이를 두고 접전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 풀무원 등과 격차를 벌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단 방침이다. 대상 LA공장은 대지 면적이 1만㎡(3000평)에 달하며, 연간 2000t의 김치 생산이 가능한 제조라인 및 원료창고 등 기반시설을 갖췄다. 순차적으로 자동화 설비 및 시설을 확충해, 2025년까지 미국 현지 식품사업 연간 매출액 1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LA공장을 거점삼아, 유럽‧캐나다‧오세아니아 등 서구권 지역까지 현지화 된 김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자회사인 롯데 인디아社 첸나이 공장에 약 300억원을 투자해 증설한 롯데 초코파이 세 번째 생산라인을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했다. 기존 운영 중인 2개 공장 초코파이 생산라인의 평균 가동률이 지난해 기준 약 104%를 넘기고, 향후 수요 증가 대응 차원에서 초코파이 제3라인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첸나이 공장 초코파이 제3라인 증설로 연간 생산 능력이 약 1.5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신규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4억봉 가량의 추가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증설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올해 인도 현지 롯데 초코파이 브랜드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약 20% 이상 늘려 800억원으로 잡았다. 농심의 미국 제2공장은 신라면 등 그동안 공급이 부족했던 제품의 대량생산기지가 돼 해외사업뿐만 아니라 법인 전체의 성장을 견인했다. 미국 현지 공장을 교두보 삼아, 향후 멕시코 등 남미로 해외 사업 거점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농심 미국 공장 평균가동률은 78.3%, 연간 최대생산량은 8억5000만개, 북미 지역에서 매출은 4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이르면 2025년을 목표로 미국 제1, 2공장에 이어 제3공장도 착공할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경쟁사들이 해외 공장을 늘려가는 것과 달리, ‘전량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 생산 거점을 더 늘렸다. 간판 상품인 ‘불닭볶음면’의 상징성을 지키고, 원재료 수급 및 맛품질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불닭볶음면이 지닌 ‘한국에서 생산되는 국산 제품’ 타이틀의 가치가 현지 생산 및 공급의 효율성보다 높다고 판단했단 게 사측의 설명이다. 2020년 경남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내 신규생산 4라인 공장 건축공사 투자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밀양공장을 준공했다. 밀양공장은 ‘수출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3분기 해외 매출은 2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3% 증가했다. 수출이 분기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고, 1~3분기 누적 실적은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6057억원)에 근접한 5876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면스낵사업부 수출량은 내수 판매를 앞질렀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은 ‘불닭볶음면’ 브랜드가 차지한다. 삼양식품은 현재 한국 라면 수출액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이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 직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한국 제품의 상품력‧인지도가 글로벌 유수 기업과 겨룰 정도로 성장했단 것을 방증하기에 의미있다”며 “현지 생산은 단순 수출의 다음 단계로, 수출 물량과 볼륨이 커질 경우 보다 더 효율적인 원부자재 수급 및 현지 공급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