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전망 악화…경기 나빠도 기준금리 못 내리는 한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 빨라도 내년 말 전망" 이창용 "경기부양 위한 금리 인하는 선택지에 없어"

2024-11-30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30일 현 기준금리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금통위는 7회 연속 동결했다.

한은은 현재 금리를 인상하기도 인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동결을 택했다. 물가 안정은 물론 가계부채 증가를 누르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내 경기둔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까지 커지고 있어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기가 어렵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면서도 “4명은 추가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은 요원하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에 대해 "수요 압력 약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 압력에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상회하겠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3.6%와 2.6%로 제시했다. 8월 전망 당시보다 각 0.1%포인트(p), 0.2%p 높아졌다. 앞서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3.8%를 기록하면서 한은 목표 수준(2.0%)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2%를 기록한 후 지난 7월 2.3%까지 둔화했지만 지난 8월 3.4%로 상승하면서 10월까지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근원물가상승률은 10월 3.2%로 나타났다.  한은은 또,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물가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위험), 성장 하방 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도 향후 긴축기조 기간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 통화정책방향에서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이라고 했다가 이번부터 '상당 기간' 대신 '충분히 장기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달 19일 회의 당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던 금통위원 1명이 이날 인하 가능성을 철회했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며 "저희가 미국보다는 2%로 빨리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이 첫 번째 목표"라며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렸지만, 금리를 올릴지 현 수준을 오래 가져갈지는 여러 요인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고 중장기 문제가 더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성장률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해야지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성장률이 낮아서 부양하고 금리도 낮추고 하는 게 바람직하냐 하면 제 대답은 '아니다'"라며 "어려운 계층은 재정정책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