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號, 대규모 조직개편 단행…탈 카르텔·조직 슬림화 방점

준법경영 강화…사법리스크 해소·이미지 회복 본격화 구현모 전 대표 핵심 인재 빈자리 외부 인재로 채워 트랜스포메이션부문 해체…7개 부문 5개로 통폐합 상무보 이상 임원 20% 축소…신기술 R&D 강화 눈길

2024-11-30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지난해 대표이사 공백과 이권 카르텔 논란으로 인사가 미뤄진 KT가 부문장급 임원을 대거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섰다. 탈(脫)카르텔과 조직 슬림화, 그리고 구현모 전 대표 지우기를 위한 '조직 대수술'로 해석된다.

KT는 30일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김영섭 대표는 “KT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고객, 역량, 실질, 화합이라는 네가지 핵심가치를 체질화시켜 고객이 인정하는 좋은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KT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법리스크 해소와 기업 이미지 개선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무, 윤리(감사), 경영지원부문장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 그룹사의 경영·사법리스크에 대한 관리 및 조정 기능을 강화했다. 법무실장에는 검사 출신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인 이용복 부사장을, 경영지원부문장으로는 신문방송학 교수 경력 및 미디어 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임현규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 중 법무실장과 경영지원부문장은 전임 대표 핵심 인사 자리로 꼽히는 보직들이다. 김 대표는 앞서 취임 직후인 지난 9월 구 전 대표의 핵심 인사로 분류됐던 박종욱·강국현·신현옥 등 고위급 임원 3명을 직무 해제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들의 공백을 새 외부 전문가로 채운 것이다. 주요 보직에 내부 인재를 보임하기도 했다. 커스터머부문장은 직무대리였던 이현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마케팅총괄 역할을 맡는다. 또한 네트워크 전문가인 대구경북광역본부장 안창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엔터프라이즈부문장으로 보임됐다.
성격이 중복되는 조직을 통합하면서 ‘조직 슬림화’도 이뤄졌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협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총 7개의 부문을 5개의 부문으로 통폐합했다. 이에 따라 △커스터머부문 △엔터프라이즈부문 △전략·신사업부문 △네트워크부문 △기술혁신부문(CTO) 등 5개 사업부서가 신설됐다. 구 전 대표의 주력 사업이던 '디지코(DIGICO)'를 이끌던 핵심 부문인 트렌스포메이션 부문을 해체했다. AI/DX융합사업부문을 없애고 전략신사업부문을 만들었다. 또한 본사 스탭 조직인 최고전략(CSO)·재무(CFO)·인사책임자(CHO)를 모두 CEO 직속으로 재편했다. CSO에는 KT 고객경험혁신본무장(상무)을 역임했던 박효일 전무가 승진·이동했다. CFO에는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낸 장민 전무가 선임됐다. CHO에는 KT is에서 경영기획총괄(전무)을 맡았던 고충림 전무가 이동했다. 신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위한 총괄 기능을 강화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KT는 기존 정보기술(IT)사업을 영위하는 IT부문과 신기술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KT융합기술원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으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AI 등 신기술 연구 단계부터 서비스 구현까지 개발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특히 AI 수요가 큰 기업간거래(B2B)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술혁신부문 산하에 B2B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KT컨설팅그룹’도 신설했다. 그룹장은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거친 클라우드 컨설팅 전문가 정우진 전무가 맡는다. KT는 또 기존 AI 연구조직인 ‘AI2X랩’과 더불어 ‘AI테크랩’을 신설해 연구역량을 키운다. C레벨(대표급)인 기술혁신부문장(CTO·최고기술책임자) 직급도 신설하고 오승필 부사장을 앉혔다. 오 부사장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현대카드 등을 거친 IT전문가로 KT의 IT와 AI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 수립에 중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KT는 디지털 혁신과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외부에서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상무급 임원도 20% 축소했다.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상무 이상은 98명에서 80명으로 대폭 줄였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객 지향적인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KT 그룹사의 핵심 보직이 KT 임원들의 퇴임 수순으로 활용됐던 관행도 폐지한다. 온전하게 그룹 관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인사를 배치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젊은 인재와 능력을 인정받은 승진자들이 그룹사에 배치돼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를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는 KT가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KT 그룹 임직원과 함께 총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