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반도 중소도시 ‘식품 사막’ 시대 온다

적자 매장 줄철수…고령화 지방 지역, ‘쇼핑 난민’ 발생 유통기업 지방 진출 유도 위한 혜택 제도 마련 우선돼야

2024-11-30     김민주 기자
사진은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한국의 '식품 사막'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식품 사막은 식품을 제공하는 유통처가 부족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 생활에 필수적인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뜻한다. 해당 현상은 미국과 호주 등 넓은 국토 면적을 가진 국가에서 도시 외곽이나 농촌 지역에서 주로 일어났지만, 오늘날 영국이나 일본과 같이 상대적으로 국토면적이 좁은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급속도로 진행된 고령화와 빈부격차 등이 원인이 됐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식품 사막 현상을 심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2013~2022년 서울·경기·인천의 20대 순이동 인구는 59만1000명에 달한다. 난 10년간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 인구는 59만명을 넘겼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지방엔 식료품‧일용품 상점이 철수한 지역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며 오프라인 매장들의 위세가 약화됐고, 비 수익성 점포가 많던 지방 위주로 점포 수는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향후 인구 밀도가 낮아, 적자가 발생하는 지역에선 대형마트, 식자재마트 등이 지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동이 어렵고, 온라인 쇼핑이 낯선 고령층 위주로 ‘쇼핑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식품 사막 현상 극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시스템 개조가 필요하단 견해가 나온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분산 노력, 지방정부의 청년인구 유출 방지를 위한 정주 여건 개선 등이 우선돼야한단 지적이다. 국회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한단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입지와 영업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만큼, 신규 사업 거점 진출 및 영업망 확대 등이 자유롭지 못하단 설명이다. 현재 대형마트는 골목상권 보호를 취지로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월 2회 의무 휴업 중이다. 휴업일엔 온라인 배송도 제한된다. 전통시장 반경 1㎞ 내 3000㎡ 이상 점포 출점도 불가하다. 전문가들은 부지 및 인력 확보, 장거리 수급망 구축 등이 필요한 오프라인 대비 지방 지역 진출이 비교적 수월한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마트 새벽시간·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금지 규제를 푸는 방안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 조직을 개편해 부총리급 인구정책 총괄 전담 부처를 신설,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기업들에게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지역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무조건적으로 점포를 늘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현재 각종 유통법은 오프라인에 집중돼있는데, 이들에게 지역 상생을 위한 역할을 주는 동시에 입점 비용 삭감 등의 제도적 혜택도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