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가든파이브, 대규모 미분양 사태

청계천 철거민 재정착율 16.8%…SH공사 1조1717억원 적자

2010-10-16     허영주 기자

서울시 시책사업으로 청계천 상인의 이주를 위해 건설된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의 청계천 상인 재정착율이 1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가든파이브의 전체 분양율은 38%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어서 개장이 10개월째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이주대상자 6097명 중에서 최초 분양시 신청 포기자는 1340명이었고 이후 계약 포기자가 3729명으로 늘어나 9월 15일까지 가드파이브에 재정착하게 된 청계천 상인은 1028명(16.8%)에 그쳤다.박 의원에 따르면 9월 15일 현재, 가든파이브는 총 8360호수 중에 청계천 상인들을 위한 특별분양 호수가 1490호, 일반상인들을 위한 호수가 1716호 분양된 상태이며, 이중 입점은 413호에 불과해 건립대비 입점율은 4.9%에 그치고 있다.

SH공사, 세입자 90% 넘는 청계천상인 기준 이주 수요 파악

또한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가든파이브 분양율은 38%에 불과해 개장이 10개월째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SH공사는 청계천 복원에 따른 주변 상인들의 이주대책마련차원에서 동남권유통단지 설립을 추진했으며 현재까지 약 1조 3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당초보다 높아진 분양가와 상권 미형성 등으로 상인들이 이주를 거부하여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 상태이다. SH공사는 지난 2003년 청계천 상인 6만명을 대상으로 이주수요조사를 실시했고, 그 중 10%가 이주의사를 밝혔다는 것을 근거로 점포수 8360개에 달하는 초대형 쇼핑몰을 건설했으나 실평수 7평 기준 평균 7000∼8000만원선으로 알려졌던 분양가가 평균 1억7000만원선으로 상승하면서 상인들이 이주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졌다.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은 “SH공사가 수요조사를 실시할 때 세입자비율이 90%가 넘는 청계천 상가의 특성상 고려하지 않고 후분양제로 진행하여 상인들의 실제 입주 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빚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청계천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청계천 상가들은 90%이상이 평균적으로 보증금 3000∼4000만원, 월세 100∼200만원을 내고 7평 내외의 점포를 운영하는 영세상인들이기 때문에 SH공사가 건설조성원가 수준에서 상가를 공급했다고 하더라도 분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2008년 12월 개장예정이었던 가든파이브는 올해 4월로 개장을 연기했다가, 다시 올해 9월로 연기했고, 9월에도 오픈을 위한 최소 분양율인 70%를 채우지 못해 내년 2월로 개장을 연기했다.

9월 현재까지 분양 계약율 38%에 불과, 개장시기 3차례 연기

더욱 심각한 것은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해 SH공사가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SH공사는 가든파이브 건설과 관련해 조성비용 1조 3000억 전액을 차입했지만 올해 8월 현재까지 납입된 분양대금은 1283억원에 불과해 약 1조 17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5%대출이자 적용시 한달에 지출되는 금융이자만 48억에 달한다. 장제원 의원은 “청계천 상인들을 위한 이주대책에서 동양최대의 몰링, 원스탑 쇼핑으로 변신한 가든파이브가 ‘동양최대의 유령단지’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며, “현 시점에서는 상가 활성화가 최우선인 만큼 SH공사는 더 이상 높은 분양가를 고집하지 말고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율을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매일일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