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비은행 확장 급한데…상생금융 압박에 동력 상실
정부 고강도 상생 주문에 은행업 불확실성만 확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요원...전략 변화 불가피
2024-12-03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주요 금융지주들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멈춰섰다. 최근 보험사 인수를 중도 철회한 하나금융에 이어 우리금융지주가 저축은행 인수를 중단하면서 금융권의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초부터 비금융 포트폴리오 강화를 올해 경영목표로 제시하며 기조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를 포함한 보험사, 저축은행 등을 목적으로 한 금융사들의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거란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인 현재 ‘빅딜’로 여겨졌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인수 계획이 무산되며 답보 상태에 있다.
인수가격 등이 표면적인 인수 중단 사유로 드러났지만 실상은 금융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에 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당초 매물의 인수 가격 이견차로 신중한 접근을 취해오던 금융지주들은 최근 금융당국과 정부의 거세진 ‘상생금융’ 압박까지 이어지자 M&A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그동안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적극 M&A를 노리던 곳들도 녹록지 않은 금융권의 대외적 환경 변화 속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외형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으나, 실사에 착수한지 한 달도 채 안돼 인수 포기를 공식화 한 셈이다.
IB업계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사·보험사 인수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인수 타진 과정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의 기업가치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지주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의 수익성 둔화가 발목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이자 장사’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등 은행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외연 확장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압박 속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리인하, 이자감면, 저금리 대환·정책대출 등 형태로 약 2조원 이상의 상생금융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각 지주사별 구체적인 상생안과 기여금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은행권은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상생금융 명목으로 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금융사의 자금 부담과 함께 이익 감소가 따르는 부분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최근 KDB생명의 인수를 위해 공들이다 막판에 철수를 택했다. 하나금융은 “그룹의 보험사업 전략과 부합하지 않아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한 바 있다.
KDB생명의 재무구조와 하나금융의 자본 효율성을 고려해 인수를 포기한 것인데,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에서 횡제세를 거론하며 상생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추후 지주의 M&A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M&A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기치로 내세웠지만, 이 같은 청사진 완성이 올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여타 지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새로운 M&A를 노리기 보다는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관리·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그룹 전체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이는 만큼 앞으로의 M&A 움직임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과 올해 초 부터 본격화된 상생금융 지원에 따른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금융지주들이 비은행업 기업 인수 시 인수가격을 포함해 자본건전성, 수익성 등을 더욱 꼼꼼하게 살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금융사의 자금 부담이 더해짐에 따라 M&A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 대상의 재무구조를 더 많이 따지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