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 최단기간 ‘연매출 1조’ 기록 세워…韓 대표 랜드마크로
패션 경쟁력에 불황 딛고 객단가 상승
2023-12-03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개점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에 해당하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올해 누적 매출(1월 1일~12월 2일)이 1조41억원을 달성하면서 지난 2021년 2월 26일 오픈 후 33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 점포’로 도약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종전 기록을 14개월 앞당긴 것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트렌디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표방한 더현대 서울이 이번 최단기간 1조원을 갈아치우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쇼핑 메카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단순 쇼핑 공간에 머물던 백화점에 대한 인식을 깨고 ‘오프라인의 재발견’, ‘공간 경험의 가치 극대화’ 등 리테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며 “글로벌 수준의 MD 역량과 더현대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K패션 브랜드 등 참신한 콘텐츠 발굴 노력, 이로 인한 객단가 상승 등이 최단기간 1조원 돌파 기록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MZ도 방문하는 더현대 서울…글로벌 리테일 교과서로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불황의 악조건을 극복하고 매출 1조원을 세운 데에는 엔데믹과 더불어 전국에서 방문하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더현대 서울이 꼭 찾아야 하는 ‘필수 코스’로 급부상한 것이 주효했다. 외국인 매출 확대를 핵심 동력으로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더현대 서울의 흥행은 전 세계 리테일 기업들의 ‘표본’이 되고 있다. 실제 더현대 서울 외국인 매출은 2022년 전년 대비 731.1%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11월에는 891.7%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 평균 신장률(305.2%)의 3배에 달한다. 더현대 서울 외국인 구매객 가운데 20~30대 비중이 72.8%다. 외국인 집객에는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와 넓은 휴게공간을 등 백화점의 틀을 탈피한 공간 구성에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 K-컬처를 집약한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올해에만 더현대 서울에선 BTS(3월), 르세라핌(5월), 아이브(6월), ITZY(8월), 블랙핑크(9월) 등 최정상 아이돌 그룹 관련 팝업스토어가 오픈했다.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상이 하락된 현상과는 달리, 더현대 서울로 MZ세대가 몰려들자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기업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개시한 외국인 대상 ‘더현대 서울 벤치마킹 투어프로그램’에는 루미네‧한큐(일본), 엘 팔라시오 데 이에로(EL Palacio de Hierro‧멕시코), 시암 파라곤(태국) 등 각국 백화점 및 쇼핑몰을 포함해 네슬레(스위스), 제너럴밀스(미국), 포르쉐(독일) 등 업종 불문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또는 임원진이 방문했다.◇ ‘패션 명가(名家)’ 독보적 MD 경쟁력으로 객단가 상승 효과 꾀해
더현대 서울은 뉴노멀 시대에 맞춰 오프라인 리테일은 물건만 장만해서 나가는 목적형 소비 공간과 달라야 한다는 판단 하에, 전체 영업 면적(8만 9,100㎡)의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고 기존에 없던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공간을 만들어냈다. 젊은 고객층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거론되면서 MZ세대 집객에 성공한 더현대 서울은 2년차부터 차별화된 MD를 꾸준하게 선보이며 전반적인 매출 상승세 또한 이어졌다. ‘마뗑킴’, ‘시에(SIE)’ 등 2030세대가 열광하는 온라인 기반 패션 브랜드의 ‘백화점 1호 매장’을 잇따라 유치시키는 역쇼루밍 전략을 취한 결과, 영패션 기반으로 매출이 성장한 것이다. 시에는 연매출 100억원을 목전에 뒀다. 마뗑킴은 외국인 구매 상품군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K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실제 오픈 첫해 19.1%에 이르렀던 식품 비중은 지난해 16.5%, 올해 13.2%으로 조금씩 떨어진 반면, 영패션은 2021년 6.2% → 2022년 10.3% → 올해 13.9%로 식품 비중을 추월했다. 더현대 서울의 영패션 매출 비중은 더현대 서울을 뺸 현대백화점 전 점포 평균(8.2%)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는 객단가 상승으로 연결됐다. 2021년 8만 7854원이었던 더현대 서울 객단가는 지난해 9만 3400원, 올해 10만 1904원으로 치솟았다. 전년 대비 올해 객단가 신장률은 현대백화점 전점 평균(+1.1%)을 웃도는 9.1%에 달한다. 연평균 20%씩 성장해 온 해외명품 매출도 올해 전체 매출 중 25.6%를 기록하며 객단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새 표준 제시한 더현대 서울…‘K패션 인큐베이터’ 자리매김
더현대 서울은 K패션 생태계 확장의 새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개장 당시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 판매만 진행했던 브랜드를 업계 최초로 진출시킨 것을 포함해 ‘미스치프’, ‘세터’, ‘드파운드’ 등 신진 브랜드를 줄곧 앞세우며 현재까지 200여개 한국 토종 브랜드가 더현대 서울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입점했다. K패션 시장 성장을 위해 현대백화점은 매출액, 영업망 등 안정적 운영 성과 중심이었던 입점 검증 절차를 개정해 브랜드 차별성과 제품력, 잠재적 성장성을 최우선으로 유망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 브랜드별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기성 패션 MD에 안주하지 않고 가장 최신 트렌드를 지향하려는 노력과 시도는 백화점 차별화의 척도인 패션부문 전체 매출(영패션‧여성패션‧남성패션 )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결실을 도출하고 있다. 올해 더현대 서울 패션 매출은 개장 첫해보다 113.2% 치솟으며, 오픈 이래 가장 높은 매출 비중(23.1%)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연말께 오픈을 앞두고 있고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개발한 더현대 서울 단독 매장 등 다양한 MD 모델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매출 증대도 기대가 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MZ 핫플레이스이자 럭셔리의 새 지평을 여는 공간으로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