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국조' 극한대치에 또 '데드라인' 넘긴 657조 내년 예산안
여야 이견에 '정부 예산안 원안' 본회의 자동 부의 R&D 등 쟁점 합의 불발…별도 협의체서 논의 전망
2024-12-03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연구개발(R&D)·지역화폐 등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결국 올해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여기에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등을 놓고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계속되면서 예산안 처리는 요원한 모습이다. 여야는 정기국회 내 처리가 어려울 경우 별도 협의체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양당 원내대표 간 협상까지 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한다. 예산안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 심사를 거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본심사 뒤 본회의에 부의되는데, 예결특위 본심사는 지난달 30일까지였다. 여야가 심사 시한을 넘기면서 정부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기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때 정부 예산안은 그 다음 날인 12월 1일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13일부터 예산안 조정소위에서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왔지만, 검찰·국가정보원 등 특수활동비와 R&D 예산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이견을 보여왔다. 때문에 일부 감액 심사만 마쳤을 뿐 증액 심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지난 27일부터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기획재정부 차관 등 5명만 참여하는 예산심사소소위를 구성해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에 이어 쌍특검 등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도 예산안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검 도입과 채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단독 처리를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움직임을 다수당의 폭거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종료일 하루 전인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예고하면서 여야 간 정면충돌에 예산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새해를 앞두고 가까스로 예산안을 처리했던 관행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기국회 안에 예산안 합의 및 처리에 실패할 경우 여야는 별도 협의체를 가동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까지 갈 확률이 높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지연 책임을 상대 당에 떠넘기며 대립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일주일 남은 지금,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탄핵도, 특검도, 국정조사도 아닌 바로 예산 처리"라며 "진정 민생을 생각한다면 이번 일주일만은 부디 당 대표 1인이 아닌, 민생과 예산안 협의에 당력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에 앞장서야 할 여당이 예산안과 법안 심사를 막고 있으니 기가 막히다"며 "국민과 민생을 입에 담으려면 즉시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일방적인 법안·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개정된 국회법 조항(국회 선진화법)이 2014년 5월 시행된 이후 헌법상 처리 기한인 12월 2일 내 예산안이 통과된 사례는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뿐이다. 지난해의 경우 법정기한은 물론,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9일을 훌쩍 넘긴 12월 24일 통과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