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퀀텀점프’ 경영 노선 변경한 유통街
정체‧규제 등 내수 시장 벗어나 미래고부가가치 성장동력 육성 M&A 통한 신시장 개척‧사세 확장…계열사 간 합종연횡 ‘활발’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통업계 전방위가 대대적인 재편기를 맞이했다. 코로나19 격변기를 지나고, 소비 권력의 주체가 기존의 밀레니엄에서 제트세대로 넘어가며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한 영향이다.
각 업계는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 사업 전략을 재수립하며, 경영 노선을 재정비에 나섰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M&A를 통한 신시장 개척 및 사세 확장, 계열사 간 연합군 동맹 등을 통해 중장기적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경우, 해외 판로 모색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방점을 두고, 인수합병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를 글로벌 식품사업 확대 전초기지로 낙점했다. 슈완스는 CJ제일제당이 인수한 첫 해인 2019년 약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3년만인 지난해 연간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 위치한 슈완스 피자 공장을 약 4만㎡ 증설, 세계 최대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살리나 공장 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물류센터 확장에도 한창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냉동피자와 함께 비비고를 포함한 K-푸드 제품들의 미국 내 유통을 책임지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펩시’의 경영권을 취득하며, ‘연매출 4조원’ 글로벌음료기업으로의 도약 신호탄을 쐈다. 이번 경영권 취득으로 필리핀펩시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고 올 4분기부터 매출 및 영업이익 등 성과를 연결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필리핀펩시의 연간 매출액은 2020년 7287억원, 2021년 7612억원, 2022년 9087억원 규모이며 올해는 약 1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필리핀펩시의 실적이 온전히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내년도에는 연매출이 4조원을 돌파, 2001년 연매출 1조원 달성 이후 23년 만에 4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베트남과 몽골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데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 K-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단 계산에서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은 국내 사업 영위 및 확장의 족쇄가 된 유통산업발전법을 피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롯데쇼핑은 베트남에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오픈했다. 백화점, 마트 등 롯데 유통 계열사뿐 아니라 호텔, 월드, 건설, 물산 등 롯데그룹의 모든 역량이 총집결된 프로젝트다.
홈플러스는 서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해 울란바토르 지역 ‘오르길’, ‘토우텐’ 14개 매장에서 PB 제품을 판매한다. 이마트는 2016년 1호점, 2017년 2호점, 2019년 3호점에 이어 지난 9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4호점 신규 매장을 개장했다. 연내 베트남에도 3호점을 열 계획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024년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진출 국가별 TFT 체계를 상시 운영한다고 공표했다. 해외 진출 확대 및 현지 대응력을 높이겠단 복안이다. 지난 6월부턴 국내 편의점 업계 최초로 중앙아시아 국가까지 진출 범위를 넓혔다.
이마트24는 지난해 국내 편의점 최초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올해부터 현지 매장 확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가정에서 직접 요리를 하기보다 식사를 외부에서 해결하고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발달해, 즉석식품 및 HMR 혁신을 이룬 K-편의점의 특성을 접목시키기에 사업성이 뛰어나단 판단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역시 베트남과 몽골에서 각각 점포 200여씩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 간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한 시너지 전략도 눈에 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G마켓, 이마트, 신세계백화점·면세점, 스타벅스 등 6개 계열사가 총집합한 온오프라인 통합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를 출범했다.
최근 이마트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경영 청사진을 발표했는데, 이 중 SSG닷컴, G마켓 등 온라인 자회사와의 협업 추진이 돋보인다. 유통업체의 핵심인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단 전략이다. 이 외에도 한동안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고, 기존점을 개편하는 리뉴얼 작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등 본업 경쟁력 제고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내수시장의 과포화, 정체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수종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필요한 기술적‧인재적 역량과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를 인수하거나, 시너지 창출이 용이한 계열사 간 전략적 업무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미래고부가가치 사업에 도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