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요 위축 심화에 건설사 도미노 부도 위기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 512건 역대 최대 분양 경기도 꺾이며 중소건설사 '비명' "가시적 해결책 없어… 자구책 나와야"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고금리로 거래량이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오는 2024년까지 부도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최근 경남 8위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부도 수순을 밟았다.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만기어음 12억4000만원을 막지 못했다.
4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신고된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총 512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305곳)과 2022년(362건) 연간 폐업 선수를 넘어선 것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530건 이후 최대치다.
이는 단순한 등록 취소 등도 포함된 수치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증가 추이는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전에 수주했던 사업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금리 호황기 사업을 추진했으나 금리 및 공사비 인상 등 대내외적 상황이 급변하며 원가부담이 급격히 증가했다.
상반기 일시적으로 살아났던 주택 매매 및 분양경기마저 꺾인 상태다. 주택산업연구원 기준 11월 주택사업경지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8.9포인트 하락한 68.8로,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60대로 내려앉았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계약률이 60~70%를 넘어가면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건설사들도 최소 5%는 미분양이 날 것으로 예측을 하고 사업 수주를 위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지방 사업장을 여럿 들고 있는 경우"라면서 "지방에 거점을 두고 있는 중소건설사는 앞으로도 시장이 회복되리란 기약이 없기 때문에 부도 위험에 내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1·3대책을 통해 부동산 연착륙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지방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부산·대구·울산 등 지방 대도시들은 분양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현금 보유고가 탄탄하고 수도권 및 요충지를 중점 수주한 대기업들은 버틸 수 있겠으나, 지방에서 뿌리를 내려온 곳들은 자금조달력이 떨어진다.
부도를 맞은 건설업체는 6월 한달 동안에만 4곳 발생하며 올해 10월까지 12곳으로 불어났다. 이 중 절반은 지방 건설업체로 부산과 전남이 각각 2곳, 충남과 경북이 1곳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앞으로 수주를 어떻게 할지 여부"라며 "건설업은 수주 산업으로 등록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일정 기준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일이 없어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수요가 위축되는 한 부실 문제 해소를 위한 즉각적인 대안은 없다고 보고 있다. 갑작스런 경기 변동으로 인해 사업 리스크가 커진 만큼, 대내외적 요소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업황 반전은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부동산PF 해소를 위한 무분별한 지원은 건설업계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기적으로 사업이 위기를 겪은 곳들은 지원하되, 그렇지 못한 곳들은 뼈를 깎는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지방에도 있기 때문에 지방사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다"면서 "만약 이들이 시행까지 했다면 경기 불황 등으로 인해 회사가 엎어지고 부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는 결국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 및 사업의사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최적의 판단은 보수적인 자세로 돌아가 위기경영으로 체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