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수 부진의 늪’, 경제 성장 발목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전월比 3.3% 상승…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 기업계, 내년도 전망 부정적… 대기업 절반 “투자계획 수립 못 해”
2024-12-05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기업들은 내수 침체로 내년도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들이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0%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식품은 지난달 대비 1.4% 하락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5.7% 상승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지난달에 비해 소폭 하락했어도 국민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껑충 뛴 물가는 소비 심리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11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97.2로 집계돼 4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CCSI는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 ~ 2022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이보다 작으면 경제 상황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은 더 낮다. 현재생활형편CSI(87)는 지난달 대비 1포인트 하락했고, 생활형편전망CSI(90)은 동일했다. 가계수입전망CSI(98)은 지난달과 동일하고, 소비지출전망CSI(111)은 전월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일상생활 중 반드시 소비하는 필수재들이 소비자에게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64.6%), 농축수산물(39.4%), 석유류제품(37.9%) 순이었다. 지난달에 비해 공업제품(+7.3%), 농축수산물(+6.9%)의 응답 비중이 증가했다. 잇따른 물가상승으로 소비 시장이 둔화되면서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업계는 내년 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년 소매시장은 올해 대비 1.6% 성장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56.8%의 사람들은 내년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로 소비심리 위축(66.2%), 금리 인상 및 가계부채 부담 증가(45.8%), 고물가 지속(45.8%) 등을 들었다. 또 대기업의 절반 이상은 아직 내년도 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업(131개사) 중 55.0%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투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금리 지속(33.6%) △고환율·고물가 지속(24.2%) 등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소매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정된 수요를 둘러싼 시장 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