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협상' 제동 장치 사라진 이-팔 전쟁···장기화 가능성
'인질 석방' 기대 접은 이스라엘, 군사작전 확대 1년 이상 지속 가능성도···국제사회 압박 변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이 단 일주일 만에 끝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조기 종전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인질 협상 결렬로 전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일각에선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한 이스라엘군은 전쟁 장기화도 감수할 뜻을 피력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 접경지를 찾아 "골란 보병연대가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셰자이야로 돌아왔다"며 "이번에는 이곳의 모든 테러 기반 시설이 제거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다. 셰자이야는 2014년 발발한 '50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곳이다.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부에서도 작전을 벌이기 시작했으며 남쪽 하마스의 운명은 북쪽의 테러리스트들과 같거나 더 나쁠 것"이라며 "우리는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 제거와 모든 인질의 귀환이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질 협상이 결렬된 직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맹공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가 휴전 기간 가자 남부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남부지역까지 공습을 확대했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추가로 인질을 석방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군사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겠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인질 협상단을 카타르에서 귀국시켰으며 하마스도 "전면적인 휴전과 모든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의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인질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전쟁을 조기 종식할 실마리인 '인질 협상'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종전 압박에도 불구하고 ‘하마스 완전 제거’ 목표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전쟁 장기화 예측을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미 1년 이상의 장기 전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1년 넘는 장기 전쟁을 계획하고 있으며 가자지구에 높은 강도의 공격을 내년 초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이스라엘이 고강도 지상 작전을 벌인 뒤 '전환·안정화'를 위해 저강도 군사작전을 펼치는 다단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며 고강도 지상 작전엔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 무함마드 데이프, 마르완 잇사 3명을 살해하는 암살 작전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은 이스라엘의 장기 전쟁 계획에 일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가자지구의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남은 모든 인질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석방을 재차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중재국 카타르를 직접 방문해 새로운 휴전 협상을 돕겠다면서 "이스라엘은 전쟁의 목적과 최종 목표를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