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FEOC 불확실성 여전…K-배터리, 신중 검토
IRA FEOC, 中 국영기업만 제재…민간기업 제외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 직계가족 지분도 따져봐야 K-배터리, 中 민간기업과 JV…지분율 조정 신중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해외우려집단(FEOC)에 대한 대응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최근 발표된 FEOC가 우려국 국영기업에 한정돼 당장 지분율 조정 필요성이 없다는 해석도 나오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기업들이 IRA FEOC 세부규정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FEOC 세부규정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가 각각 발표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해외우려집단에 대한 우려국 정부의 지분율 기준이 25% 이상으로 앞선 미국 반도체법과 동일했다.
문제는 해외우려집단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미 IRA FEOC 해석지침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해석지침은 해외우려집단을 우려국 정부가 이사회 의석수, 의결권, 지분의 25% 이상을 누적보유하는 기업집단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우려국 정부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중앙·지방정부의 기관 및 기구, 우려국의 집권·지배 정당과 전·현직 고위 정치인(직계가족 포함)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를 우려국으로 지정된 중국에 적용하면 중국 국영기업과 공산당 또는 공산당 전·현직 고위 간부가 지분 25% 이상을 가진 기업이 FEOC로 지정된다. 해석상으로는 중국 민간기업과 설립한 합작사(JV)는 FEOC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중국 민간기업도 실질 지분을 면밀히 살필 경우 FEOC 우려국 정부로 판단될 위험소지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미 에너지지 해석지침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공산당 고위 공직자뿐 아니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현직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등도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해당 고위 공직자의 직계가족, 즉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자녀, 배우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 지분까지 따져봐야 한다. IRA 세부규정의 우려국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으로 단정 짓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려국 지분의 ‘누적 보유’까지 따지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IRA 세부규정에 따르면 ‘누적 보유’란 직·간접 보유지분을 포함한 개념이다. 즉 모(母)회사와 자(子)회사 지분 모두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결국 모(母)회사의 지분까지 고위공직자 직계가족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과 합작사를 설립한 중국 기업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다. LG엔솔은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업체 야화와, SK온은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와 합작사를 논의 중이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과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민간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은 FEOC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당장 비용을 들여 지분율 조정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며 “FEOC ‘우려국 정부’의 실질적 적용이 명확해질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