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②노진서 LX홀딩스 대표
LG 전략·기획통 출신…구본준의 남자 자리매김 장남 구형모로의 '경영 승계' 가교 역할 수행도
2024-12-06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LX그룹에서 노진서 LX홀딩스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운신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LG그룹 재직 시절부터 '구본준의 그림자'와 같은 인물이었던 만큼 LX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경영 승계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어 노 대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표는 1968년생으로, 대구 대륜고등학교·영남대학교 무역학과·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MBA를 졸업한 인물이다. 첫 사회 생활은 1993년 금성사 모니터 OEM수출팀으로 시작했고, 구 회장과는 LG전자·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서 호흡을 맞춰와 30년 가까이 정통 'LG맨'으로 살아왔다. 2014년에는 LG전자 경영전략담당(상무)로 진급했고, 2016년에는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시너지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에는 전무로 승진하며 기획팀장이 돼 그룹 사업 전반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고, 같은해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으로 재차 명함이 바뀌었다. 하지만 2021년 5월 1일 LX그룹은 상사·물류·건자재·반도체 사업 계열사들을 떼어내 LG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했고, 출범하자마자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이 덕분에 LX그룹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 기준 11조2734억원으로, 단숨에 재계 44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LX그룹의 성과는 '구본준 회장 의중을 가장 잘 읽어내는 인물'로 평가받는 노 대표가 있어 가능했다는 전언이다. 구 회장이 LG전자와 LG상사에서 대표이사직에 있던 2007년과 2014년 당시 노 대표는 기획 담당으로 있었다.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LG상사가 인도네시아 MPP 광산 인수로 자원 개발의 신호탄을 쏜 것도, 팜오일과 석유 개발 사업에 나선 것도 노 대표의 보좌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전언이다. 노 대표는 또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시장 참여에도 관여해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원한 경우가 상당했다. 그는 2016년 LG전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LG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서 미래 먹거리 사업을 구상했고, 전장 사업 가능성을 엿봤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캐나다 마그나그룹과 LG마그나를 세웠고 오스트리아 조명 기업 ZKW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노 대표가 구 회장을 보필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표의 이 같은 노력에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출범 10년만에 매출 8조6469억원, 영업이익 1696억원을 달성함으로써 흑자를 냈다. 이와 같은 노 대표의 역량을 재확인한 구 회장은 그룹 분리와 동시에 노 대표를 LX홀딩스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임명했다. LX그룹의 미래를 그려낼 설계자로 낙점한 것이다. 구 회장의 명을 받은 노 대표는 LX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을 통해 바이오매스 기업인 포승그린파워와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결국 성공했다. 산업군을 불문하고 탄소 중립이 요구되고 있고, 고부가가치품인 유리가 신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실적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는 LX홀딩스 대표이사(부사장)로 우뚝 서게 됐다.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역임하지 않았음에도 지주회사의 대표로 오른 점에 대해 재계에서는 '기획·전략통'으로서의 탁월함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지난달 7일에는 사장으로 직함이 또 한 차례 바뀌어 명실상부한 '구본준의 남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사장으로 한 차례 승급한 노 대표는 현재 더욱 중차대한 임무인 LX그룹 승계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는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고, 회사 설립 1년 새 적자를 기록해 주변의 조력자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노 대표가 도맡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노 대표는 LX홀딩스 LX하우시스·LX세미콘·LX MMA 기타 비상무이사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구본준-구형모로 이어지는 승계의 가교로 활동하는 등 지배 구조 확립에도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어 사실상 LX그룹의 실세로 통한다. 이는 곧 LX그룹의 고민은 노 대표가 풀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LX그룹은 LG그룹에서 독립하며 다양한 계열사를 갖고 나왔지만 뚜렷하게 업계 탑티어를 달리는 분야가 없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LG와의 거래 비중이 2021년 기준 58.6%에 달해 대폭 낮춰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 분리를 승인할 당시 향후 3년 간 상호 거래 내역을 살펴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관점에서의 전략 수립과 운영 역량이 뛰어난 전략 전문가인 만큼 목전의 난제를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