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류 열풍의 이면…유통街, 뚫지 못한 시장 어디?
‘사드 보복·한한령’…한국 기업 중국서 철수 러쉬
한류 열풍 거센 베트남서도 철수하는 사례 나와
2024-12-06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K-콘텐츠’가 무적의 무기로 작용하는 전 세계적 한류 열풍 속 국내 기업들이 맥을 못추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시장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 베트남의 진출한 배달의 민족의 ‘배민 베트남’도 오는 8일 진출 4년만에 사업을 정리하고, 쿠팡도 일본 사업을 접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야심차게 중국에 진출했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했다.
롯데는 2008년 중국 수도인 북경에 롯데백화점 현지 1호점 출점을 시작으로 한류 열풍을 타고 급속도로 중국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중국 진출 8년 만인 2016년엔 역내 백화점 5개 지점과 대형마트 115개를 보유하며 1조2437억원이라는 연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17년 중국 정부가 반대하는 상주 사드 부지를 롯데가 제공한 일을 빌미로 현지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고, 중국 정부도 각종 규제와 제한을 걸었다. 2017년 말에는 현지 롯데쇼핑 할인점 대부분이 중국 정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18년 롯데는 중국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고, 현재 롯데 청두백화점 1곳만 남아있다. 이마저 현재 매각예정처분 자산집단에 포함돼 조만간 매각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트도 1997년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20년만인 2017년 누적 적자로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매장 6곳을 매각하며 중국 사업을 접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기업들과 화장품 기업들도 한한령과 ‘애국 소비’ 운동 확산으로 사세가 기울자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전면 철수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부터 애국 소비 운동 열풍이 불었고, 중국 토종 기업들이 초고속 성장을 하게 됐다.
베트남에서는 후발 주자의 한계로 2019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배달의 민족의 ‘배민 베트남’이 오는 8일 영업을 중단한다.
현재 배민의 베트남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동남아판 우버라는 ‘그랩’과 동남아의 아마존이라는 ‘쇼피’, 두 곳의 배달 계열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배민은 1위가 독식하는 플랫폼 사업 특성상 적자가 누적됐고, 그랩과 쇼피보다 각종 할인 혜택도 적어 고객 유치가 힘들어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았다.
쿠팡도 앞서 2021년 6월 일본에도 진출했으나, 1년 9개월만인 지난 3월 철수했다. 이커머스 활용이 적고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일본의 소비문화와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음에도 한국 기업들이 토종 업체들에게 경쟁에서 밀리거나 현지 시장 여건이 사업의 특성과 맞지 않으면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힘들다”며 “한국에 우호적인 상황에서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만 좋아서는 안된다. 현지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