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후 가자지구 통치 관여 의지···서방과 마찰 불가피
네타냐후 "가자, 비무장지대 돼야···이스라엘만이 보장 가능" 서방 '두 국가 해법' 지지···전후 가자 팔 자치정부 이양 검토
2024-12-06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 통치에 관여할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전후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개입은 필수적임을 주장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통치권을 이양하는 안을 지지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는 비무장지대로 남아야 한다"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집단은 이스라엘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어떤 국제군(international force)도 이것(가자지구의 비무장지대화)을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두 눈을 감고 다른 합의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하마스를 제거한 뒤 가자지구를 비무장지대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함께, 이 과정을 이스라엘군이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앞서 전후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선 하마스를 몰아낸 뒤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개입은 필수적임을 주장해 왔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후 가자를 누구에게 맡길지 논의 중이며, PA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재점령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가자지구 주민의 외부 이주 등) 불가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 '영역(territory) 축소' 불가 등 4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럽의 입장도 미국과 비슷하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고위 대표는 지난달 18일 바레인에서 열린 연례 외교안보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를 통제해선 안 된다"면서도 "그렇다면 가자를 누가 통제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오로지 하나다. 팔레스타인 당국뿐"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을 배제한 것이다. 문제는 PA의 현지 지지도가 바닥이라는 데 있다. 하마스는 2007년 가자에서 PA를 몰아내고 15년 넘게 통치를 이어오고 있는데, 배경에는 PA에 대한 가자 주민들의 높은 불신이 깔려있다. PA 장관 출신으로 현지 인권운동가인 샤키 이사는 "PA는 부패한 것으로 인식된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PA에 전후 가자를 맡긴다고 해도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쉬울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더 많은 테러 공격, 더 많은 폭력, 더 많은 무고한 고통 같은 대안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후 가자 통치를 맡길만한 세력이 마땅치 않자, 독일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유엔의 위임을 받은 병력이 가자지구 통치와 안보를 돕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전후 가자 통치 관여를 고집할 경우 서방과의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