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푸드 프리미엄’ 안 통하네…국산 분유, 기 못 펴는 이유는
인구감소‧수입분유 수요 증가에…조제분유 무역수지 적자 ‘MZ부모 타깃’ 이커머스 대응 미흡…엄격한 규제도 걸림돌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국산 분유가 K-푸드 열풍에도 불구, 국내외에서 수익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분유는 아기의 주식인 모유를 대체하는 유일한 수단인데다, 아기가 적응한 브랜드에서 교체가 쉽지 않아, 과거 유가공 업체의 수익모델 핵심 축으로 평가받아왔다. 2012년까지만 해도 꾸준한 출생아수 유지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했지만, 최근 10여년 간 급속도로 위세가 꺾였다.
경기침체, 결혼지연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의한 출산율 감소가 직격타를 미쳤다. 판매채널의 변화와 수입분유의 성장세도 더해져 매일·남양·롯데·일동후디스 등 국내 분유 제조사의 조제분유 수익성은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조제 분유 무역수지는 246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조제 분유 수출량은 2021년 9155.4t(1억524만5000달러), 지난해 9063.4t(1억567만4000달러)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47.4% 줄어든 4766.1t(5810만2000달러)에 그쳤다. 라면, 김치 등이 역대 무역 성적을 갈아치우는 것과 달리, 분유 시장엔 ‘K-푸드 프리미엄’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수출 성과가 역성장할 동안 수입량은 2021년 4797.7t, 지난해 4762.6t, 올해 4186.8t으로, 수년간 꾸준히 4000t대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진출과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 및 수요가 국산 분유에서 수입 분유로 이동했단 분석이 나온다. 독일 분유 ‘압타밀’ 등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통관‧유통되는 수입분유 브랜드는 약 15개 내외로 집계된다.
이커머스의 발달도 판세를 바꾸는 배경이 됐다. 모바일기기가 상용화 되고, 온라인 쇼핑의 주류인 MZ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주요 육아용품인 기저귀와 분유의 구매 양상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됐다. 국내 분유 시장은 직판과 전문점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 위주로 거래 구도가 형성돼있다.
모유대용으로 사용하는 식품등(조제유류)은 광고 또는 판매촉진 행위를 해선 안돼, 온라인 장사에 취약하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분유를 신문‧잡지‧라디오‧텔레비전‧음악‧영상‧인쇄물‧간판‧인터넷, 그 밖의 방법으로 광고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반면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수입 분유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국산 분유 대비 마케팅이 용이하다. 일각에선 엄격한 규제가 국산 분유의 성장을 제한한단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분유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지속 악화되는 분유 대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단백질보충제‧식물성음료‧요거트‧HMR‧케어푸드 등 미래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추세다. 매일유업은 주력 상품군을 ‘단백질보충제’와 ‘식물성음료’로 재설정, 기존 유가공이 이끌던 수익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단백질음료 브랜드 ‘테이크핏’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독일 제약회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손잡고 케어푸드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일동후디스는 성인단백질 시장에 진출, ‘하이뮨’ 브랜드를 재도약 발판으로 육성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만큼, 시니어세대를 타깃팅해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유가공업계 관계자는 “분유류는 생산공정을 위한 설비투자, 제조사 인지도 등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규업체의 시장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었으나, 최근 해외 브랜드 수입업체 증가 및 다수 국내 업체들의 분유 시장 진출로 인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출생아수의 정체와 모유수유율의 증가로 전체 국내 분유류의 판매 수량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