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중심 중대재해처벌법 비판 커져…“사고 예방노력도 감안해야”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수준 면밀한 검토 없다” 비판 나와 50인미만 중기에 법적용 시 불필요한 범죄자 양산 우려 위험성 평가‧조치, 안전예산 부여, 종사자 의견청취 등 필요

2023-12-06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6일 상의회관에서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사례와 기업의 대응방안’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과 주요 기소사례를 분석한 후, 검찰‧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너무 쉽게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의 91%(32건 중 29건)에 대해 기소처분을 내렸고, 법원은 선고한 12개 사건에서 모두 형사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욱 변호사는 “검찰‧법원이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판단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고 있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일정 정도 이행한 사업장에 대해서도 이행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전보건확보의무의 핵심인 시행령 제4조 제3호(위험성평가‧개선조치) 의무에 있어 사업주가 최대한의 인지능력을 발휘해 유해‧위험요인을 발견하려고 노력했어도 발견하지 못한 위험성의 발현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형법상 책임주의 관점에서 볼 때 안전보건확보의무와 중대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심리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실무는 그렇지 못하다”며 “사고나면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무과실·결과책임적인 사고방식이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변호사는 안전보건확보의무의 철저한 이행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야 하고, 이를 통해 형사적으로도 면책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먼저 안전보건확보의무와 관련해서는 “법원과 수사기관은 특히 시행령 제3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제5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평가권한과 예산 부여, 제7호 종사자 의견청취 절차 마련, 제8호 비상조치매뉴얼 작성 및 점검 등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발견위험에 대한 개선(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일정 정도 예산 부여 △종사자들이 제시한 의견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후속조치 △비상상황에 대한 정기적 훈련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한편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 건수가 전체 사망사고 건수의 58%(449건 중 261건)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안전보건확보의무의 철저한 이행에는 상당한 조직과 예산 등이 투입돼야 하므로 기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만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일정 기간 유예를 하는 것이 불필요한 범죄자 양산을 방지하는 길”이라고 했다. 다만 법 유예에만 기대지 말고, 50인 미만 사업도 최소한의 대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과 비교해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별도의 특례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실무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아무 대비를 안 하는 것은 위험하고, 가능한 한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며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의 핵심 포인트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법적용 사업장이 4만3000개에서 75만6000개로 17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며 “예방중심의 법 적용은 사실상 어렵게 돼 결국 처벌중심의 적용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므로 추가 적용유예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안전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