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세사기 ‘선구제 후구상’ VS 형평성 맞지 않아
피해자들 "특별법 사각지대 여전, 정부가 직접 나서야" 정부여당 "선의의 납부 피해자들에 고통 전가할 수 없어"
2024-12-07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오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전세사기 피해 보상 문제가 상반기에 이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야권과 피해자들이 주장 중인 '선(先)구제 후(後)회수' 도입 여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조세부담 가중과 다른 납부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개정을 강하게 요청했다. 피해대책위는 "선구제 후회수에 대한 반대만 내세우며 아무런 대안 없이 특별법 개정과 지원대책을 발목 잡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규탄한다"면서 "즉시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실효성 있는 특별법과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책위와 시민사회는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대안 없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며 "야당도 총선 준비에 쫓겨 또다시 반쪽짜리 특별법을 졸속합의하지 말고 끝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야당 단독 처리라도 결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별법에 명시돼 있는 구제안은 피해자들의 최소한의 주거불안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등 공공임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지만, 적용된 건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피해자로 입증받기도 어렵고, 기존 임대인이나 경공매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낙찰받은 자가 계약 갱신을 거부라도 하면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행 특별법을 적용하면 1명의 다가구 주택 소유자가 '쪼개기 대출'을 통해 전세사기를 치거나, 신탁 방식으로 전세계약한 임차인들의 경우 구제가 어렵다. 정부가 최근 부랴부랴 매입 및 임대 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린생활시설 등 불법건축물 지원 또한 요원한 상태다. 갈수록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수도권에서 집중됐던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대전 및 대구 등 지방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결국 피해자들이나 야권에서는 당장은 선구제 후회수 밖에는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LH가 직접 보증채권을 매입하고 후에 경매나 임대인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은 조세 형평성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워낙 사기수법이 다양해진 만큼 특별법 적용 대상은 확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선구제 후회수는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실적으로 정부는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고 있는 셈"이라며 "형평성 문제도 있고 어떤 정부가 되더라도 포퓰리즘으로 세금으로 직접 갚아주지 않는 이상 피해자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결국 세입자는 피해를 보게 되면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 문제와 법리상 문제도 있어 직접적 지원은 어렵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세제도는 민간과 사인간 계약"이라면서 "정부가 직접 피해금을 물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피해대책위는 현재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추진할 수 없는 경우 다른 보완책이라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최우선 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한 대책 △다가구·신탁·비주거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매입 및 불법건축물 대책 △피해자로 일단 인정되면 추가 요건 없이 금융지원 하는 방안 등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