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9개월 만에 '내수 둔화' 진단…"고금리 영향으로 소비·투자 부진"
7일 한국개발연구원 '12월 경제동향' "경기 부진은 수출 중심으로 점차 완화"
2024-12-0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에 대해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가 '내수 둔화'를 언급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이다. 다만 경기 부진과 관련해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서서히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7일 발표한 '12월 경제동향'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서서히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 회복세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경기 부진과 관련해 지난 8월 전망에서 '점진적으로 완화', 9월 '다소 완화', 10월 '점진적으로 완화'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 부진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내수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하다"며 "상품 소비가 부진하고 서비스 소비도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진이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세도 둔화 흐름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3% 올라 전월(3.8%)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고금리 기조로 자동차·가구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다. KDI가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내수 둔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최근 경제동향에서 고금리·고물가가 소비와 투자를 제약할 가능성 정도로 언급했으나, 이달에는 내수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소비의 경우 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감소 혹은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KDI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0월 전산업생산은 내수와 밀접한 산업은 둔화됐으나 반도체의 높은 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조업일수 감소(-0.5일)에도 불구하고 1.0%의 완만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광공업생산(1.1%)은 설비투자 수요 둔화로 장비 관련 산업의 감소폭이 확대됐으나, 반도체(14.7%)와 자동차(2.8%)의 수요가 증가하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 10월의 제조업 재고율(113.9%→122.3%)이 상승하고 평균가동률(73.0%→70.3%)은 하락했으나, 경기적 요인보다 계절성에 기인했다.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소비도 부진한 모습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0.8% 늘어 전월(2.1%)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10월의 경우 1년 전보다 4.4% 감소해 전달(-2.0%)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소비재 재고가 7.6% 늘어나고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넉 달 연속 하락하면서 소비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출의 경우 반도체 수술 물량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부진에서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힘입어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8% 늘어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는 12.9% 늘어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도체 재고가 크게 누적되고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설비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0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9.7% 줄어 전월(-5.6%)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KDI는 반도체 경기가 반등했으나, 반도체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아 관련 설비투자가 제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과 수출, 내수와 투자의 경기 차이가 기업심리에도 반영되면서 수출기업 업황 전망은 점차 개선되는 반면, 내수기업 업황 전망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 업황전망기업실사지수(BSI)를 기업 규모·형태별로 보면 수출기업은 6포인트(p) 상승했으나, 내수기업은 1p 하락했다.건설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상황에서 선행지표 부진도 지속되면서 향후 건설투자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